[ 김일규 기자 ] “은행원은 실적보다 줄, 줄보다 ‘빽’이 중요한데 언제 금융소비자를 생각하겠습니까.”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은행장이 당장 자기 목숨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내부통제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금융연구원이 7일 ‘금융에 대한 신뢰하락 원인과 대응’을 주제로 서울 명동 YWCA에서 연 세미나에서 최근 금융업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신뢰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관치 금융’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금융사는 소비자에게 갑”이라며 “금융사는 자신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관’을 소비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교수도 “금융당국이 재량권을 오남용하면서 금융사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예측 불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김종준 하나은행장에게 연임이 불가능한 문책경고를 내리고서는 당장 나가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흔들리면서 임직원들도 ‘줄 서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양원근 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은행원들이 고령화하면서 생존을 위한 인사 문제에 민감해졌다”며 “그러나 ‘청탁 인사’가 판을 치면서 냉소주의가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개인의 이익을 먼저 찾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임직원이 CEO를 믿고 따라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CEO들에게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CEO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동원 교수는 “지배구조의 상부에 있는 이사회부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문제가 생기면 이사회가 CEO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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