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원단 제조설비 개발
기술 특허만 22개 보유
동남아 중남미엔 군복수출
식약청 최상위 등급 마스크
[ 민지혜 기자 ]
“웰크론의 극세사 클리너는 면 제품보다 2~3배 세척력이 좋고 500번 세탁할 때까지 쓸 수 있습니다. 물만 묻혀도 잘 닦이는 우리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체무해성 및 안전성 인증도 받았기 때문에 유럽에선 친환경제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극세사 클리너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웰크론을 창업한 이영규 웰크론그룹 회장은 웰크론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묻자 극세사 클리너의 장점을 줄줄이 읊었다. 이 회사의 극세사 클리너는 병원이나 기업 등의 청소용품으로 쓰인다. 극세사는 섬유 직경이 1㎛(1000분의 1㎜) 이하인 섬유를 말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웰크론은 2006년부터 충북 음성공장에서 극세사의 100분의 1 굵기인 나노 섬유도 만들고 있다. 이 회장은 “나노 원단 제조설비를 갖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설계한 멜트블론(원사를 녹인 뒤 단섬유를 고르게 분사·적층해 부직포 원단을 짜는 제조법) 방사기계를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늘기가 균등한 원사로 촘촘한 부직포를 만들기 위해 미국 기계 제조사와 손잡고 1년여 동안 공들여 기계를 개발한 것이 웰크론만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22년 한우물 전략
웰크론은 나노섬유와 그 기반이 된 극세사 제조기술로 국내외에서 22개 특허를 받았다. 산업용 청소용품으로 사용하는 극세사 클리너는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에 2001년부터 해마다 선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 사업’ 중 다기능성 고분자 멤브레인 소재 개발 사업자로도 지정됐다.
이 회장은 “1992년 회사를 설립한 뒤 22년 동안 극세사에 집중해 흡수력과 세척력이 뛰어난 고흡수성 복합소재를 자체 개발했고, 이 한 길로만 왔기 때문에 우리만의 기술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웰크론은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50여개국에 3000만달러(약 309억원) 이상의 극세사 클리너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2012년 기준)에 따르면 웰크론은 세계 극세사 클리너 시장에서 연간 2330만달러(약 240억원)어치를 생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소비재 시장에도 진출
이 회장은 “앞으로는 한 단계 더 진화한 나노섬유로 만든 산업용 필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진드기가 파고들지 못하는 이불, 먼지와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마스크 등 소비재를 만드는 것도 친환경 섬유 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웰크론은 침구류(세사), 생리대(예지미인)에 이어 오는 8월 말엔 예민한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화장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웰크론의 신종플루 방역용 마스크는 식약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KF94 등급을 받았다. 이 마스크가 염화나트륨과 액상 형태인 파라핀오일 입자 등을 걸러주는 비율이 94% 이상이라는 인증이다.
이 회장은 나노 원단으로 만든 해군용 부력 방탄복을 보여주며 “웰크론의 부직포는 아주 촘촘하기 때문에 여러 겹 덧대면 총알도 막아내는 방탄복이 된다”며 “육군용은 튼튼한 방탄 기능에 충실했고 해군용은 물에 뜨는 부력 기능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웰크론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에도 군복을 수출하고 있다.
웰크론은 올해 매출을 지난해(688억원)보다 10%가량 증가한 75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나노섬유는 방탄복, 화생방 의류 및 세균을 막아주는 보호복과 마스크, 2차전지 분리막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웰크론만의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극세사에 이어 세계 나노섬유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