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차량용 블랙박스 진화…풀HD로 찍고 스마트폰서 본다

입력 2014-05-08 07:10  

3년 새 10배 성장
누적 보급대수 450만대 훌쩍
2014년에만 240만대 보급 전망

해외로 '눈' 돌린다
현대엠엔소프트 中이어 중동行
알리온·팅크웨어, 러시아 진출



[ 박병종 기자 ]
‘블랙박스’는 원래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기록을 저장하고 사고 발생시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블랙박스 하면 자동차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차량용 블랙박스가 보편화됐다.정부도 교통안전 등을 이유로 블랙박스 의무장착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생소했던차량용 블랙박스. 이제는 택시 등 대중교통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필수품이 되는 추세다.

빠르게 성장하는 블랙박스 시장

지난 몇 년간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한국소비자원과시장조사기관 IRS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블랙박스의 국내 보급률은 25~30%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누적 보급대수는 450만대를 넘는다.2011년 연간 25만대 규모에 불과했던블랙박스 시장은 올해 240만대(52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3년 새 10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초기 블랙박스는 저화질에 전방 녹화만을 지원하는 1채널(렌즈) 제품이 주류였다. 이후 전방과 실내를 촬영하는 2채널 제품이 택시 등에 설치됐고 일반인 대상으로는 전·후방 촬영이 가능한 2채널이 출시됐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진화했다.딱딱한 느낌의 사각형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원통형 제품 등으로 바뀌는 추세다.검은색 일변도의 색상도 다양해졌다. 2012년부터는 고화질 경쟁이 본격화했다. HD급 화질의 제품은 이미 보편화했고,최근엔 풀HD 제품 등 고사양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편의성도 높아졌다. 초기 블랙박스는 저장된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 PC를 찾아 다니거나 SD카드를 꺼내 스마트폰으로 옮겨 확인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을 연결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2~3인치의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이 별도 탑재된 제품이 일반적이다.블랙박스에 와이파이(Wi-Fi), 4세대 이동통신(LTE) 등 통신모듈을 탑재해 원거리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등으로 저장된 영상을 확인할 수도 있다.

전방위 마케팅 경쟁

블랙박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고비용의 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했던 내비게이션과는 다르게시장 진입장벽이 낮아 200여개 업체가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특히 내비게이션 MP3 등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양길을 걷는 제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이 적극적이다.국내 내비게이션 시장 1, 2위인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은 블랙박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MP3로 유명했던 아이리버와 코원도 블랙박스 시장에 진출했다.주력 사업의 성장성 저하로 인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블랙박스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이상의 기술적 발전이 어려워지자 중견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량생산 및 원가관리를 통한 치열한 가격경쟁도 시작됐다. 중국산 저가제품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제조사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추세다.

광고전쟁도 치열하다.다본다는남자배우 장혁을 앞세워 TV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전방위 광고를 했다.미동전자통신도 걸그룹 미스에이의 수지를 내세워 TV 광고를 진행했다.

특허 싸움도 벌어졌다. 미동전자통신은 한라마이스터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동전자통신은 주차 중인 차에 충격이나 움직임이 감지될 때 바로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기술인 ‘주차 중 움직임 감지를 통한 영상 저장 방법’을 한라마이스터가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한라마이스터는 해당 기술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범용 기술이라며 특허 무효 소송을 냈다.

‘국내 시장은 좁다’

업체 난립으로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로 치달으면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업체도 많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을 정점으로 국내 블랙박스 시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올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은 알리온 현대엠엔소프트 팅크웨어 미동전자통신 등 여러 곳이다.알리온은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통신형(WCDMA) 블랙박스를 출시하고 러시아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엠엔소프트는작년 중국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중동지역 공략에 주력하고있다. 지난해 2000여대의 샘플을 러시아로 보내 수출을 타진한 팅크웨어는 늦어도 상반기 내에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브라질 파라과이 물류업체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미동전자통신은 하반기 중수출을 시작한다.

내수시장과 달리 수출 전망은 매우 밝다. 한국의 블랙박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블랙박스 시장이 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선점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미국에서 올해 9월 이후 제조되는 승용차에 블랙박스를 의무 장착하는 법안이 추진 중인 것도 호재라는 평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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