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노트] 눈물 글썽인 팬택…"가격보다 제품 먼저 봐주세요"

입력 2014-05-08 16:19   수정 2014-05-08 18:08



"한국 시장에서 제품 제값 받기가…" 끝내 눈물보인 20년 개발자


[ 김민성 기자 ] 팬택이 올해 최대 기대작 '베가 아이언2' 신제품을 공개한 8일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 질문이 쏟아지면서 기자간담회가 점심 시간을 넘겨 이어졌다. 질의응답을 모두 마친 문지욱 팬택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이 갑자기 다시 마이크를 청했다.

문 소장은 1990년 대 후반 고급 휴대전화로 인기를 끈 '스카이' 시리즈부터 최근 주요 제품까지 20여년 동안 제품 개발을 도맡았던 팬택 기술력의 산 증인이다. 평소 조용하고 강직한 정통 개발자 스타일인 문 소장이 "예정에 없던 말을 좀 하고 싶다"며 운을 떼자 참석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는 "오늘 판매 가격, 판매 목표 물량 등에 대한 (기자) 질문이 많았는데 좀 안타깝다"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문 소장은 "명품을 지향하는 정보기술(IT) 기기를 보면 메탈 가공을 채택하는 경구가 많다" 며 "메탈 가공 원가는 플라스틱 가공 대비 10배나 차이가 날만큼 가격과 수급 리스크가 높지만 명품을 지향하는 제품은 대부분 메탈 가공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폰에서 메탈을 채용하고 싶어도 안테나 간섭 문제 때문에 다른 제조사가 따라하기가 어렵다" 며 "우리가 이 기술 개발에 처음 성공하기 전까지 '엔들리스 메탈링'은 아무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베가 아이언2) 메탈 가공만도 값어치가 10만 원 이상이 된다"고 가공 원가까지 공개했다. "안타까운 건 제품만 가지고 보면 값어치가 높지만 최근 이동통신사 영업정지나 출고가를 (일방적으로) 낮추는 등 시장 환경 때문에 그 값어치로 판매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설명하는 문 소장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그는 "진짜 제품만 가지고 (소비자가) 봐주셨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바로 옆자리에서 문 소장을 경청하던 박창진 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문 소장이) 눈물을 글썽이네요"라며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박 본부장도 이날 가격, 목표 판매량 등을 묻는 질문에 곤혹스러워했다. 부품 사양과 메탈 가공 단가가 올라간만큼 제값을 받아야하지만 현재 시장구조에서 답을 찾기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솔직히 (가격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다. 얼마에 팔면 좋을지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며 "점심 식사 때라도 아이디어를 좀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유독 가격, 목표 등 국체적 숫자를 묻는 기자 질문이 많았다. "출시 가격은 어떻게 할 것이냐" "경쟁력을 갖추려면 70만 원대로 낮게 가격을 출시해야하지 않겠나" "올해 판매 목표 수량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메탈링 공법을 강화했지만 판매가격을 더 낮춘다면 영업이익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 등이었다.


이에 비해 엔들리스 메탈링 기술 및 메탈 커팅 공법 등에 대한 관심은 낮았다. 이들 기술은 팬택이 '베가 아이언' 시리즈의 최고 브랜드 가치로 꼽는 자긍심 같은 존재다.

'베가 아이언2'의 최대 무기 역시 메탈 가공력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다. 전작부터 주목받았던 '엔드리스 메탈링'은 스마트폰 테두리를 끊김없이 하나의 금형으로 만들어 메탈 특유의 세련미와 강인함을 강조한다. 메탈 테두리는 안테나 역할도 한다. 메탈 소재의 전파 간섭을 최소화하는 이 기술은 팬택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메탈 커팅 역시 인공적으로 메탈 느낌을 내는 저가 코팅 방식이 아니다. 메탈 덩어리 자체를 다이아몬드 커팅으로 통째로 정교하게 가공한다. 수백 단계의 세부 제작 공정을 통해 메탈 본연의 광택과 질감을 살린 뒤 아노다이징 공법으로 색상까지 입혔다.

문 소장의 발언 속엔 팬택 기술력에도 소비자가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셈이었다. "베가 아이언2는 장인정신이 깃든 메탈 아트"라고 명명할만큼 팬택의 자부심은 컸다.

비정상적인 국내 휴대전화 유통시장 구조를 조심스레 비판한 것이기도 했다. 단말기 유통권을 거머진 이통사가 불법 보조금을 뿌리고, 제조사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제품 단가를 후려치는 등의 관행이 제품을 품질이 아닌, 저가 가격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 LG유플러스KT 등 이통사는 지난달 '베가 아이언2' 전작인 '베가 아이언' 가격을 사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 35만 원(37%) 깎았다. 자금난으로 2차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고전하는 '팬택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액면가 그대로 보는 업계 시각은 많지 않았다. 이후 LG유플러스가 팬택이 구두 합의를 위반했다며 '베가 시크릿업' 판매를 잠정 중단하자 '팬택 죽이기'로 명분이 퇴색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팬택은 스마트폰 저가 경쟁 속에서 원가 상승 부담, 메탈링 수율 리스크를 안고 '베가 아이언2'에 고급 기술력을 쏟아부었다. 이익률을 낮추더라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브랜드 가치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는 현장 평가도 이어졌다.

워크아웃에 인도 업체 매각설, 출고가 인하 논란 등으로 고전하는 팬택은 '베가 아이언2'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팬택의 가치와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베가 아이언2'를 통해 신뢰와 명성을 되찾겠다"며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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