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금리 수익 '따먹기'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8일 오후 2시41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정기예금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시중 여유자금이 우량 기업어음(CP)만 사들이면서 나타난 기현상이다. 증권사들이 부족한 우량 CP를 생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정기예금 기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찍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8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PC인 케이프렌드제16차는 지난달 30일 증권사와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신한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만기 364일에 금액은 4000억원에 이른다. SPC 가입 정기예금 건으로는 올 들어 최대 규모다. 같은 날 다른 SPC인 페닌슐라제3차도 똑같은 형태로 3000억원 규모의 신한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SPC 정기예금은 통상 500억~1000억원 규모였다. 3000억원 이상 가입 건수는 연간으로 봐도 손꼽을 정도다. SPC는 증권사 등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다시 정기예금을 담보로 ABCP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정기예금에서 나오는 이자를 받아 소액(보통 0.1%포인트 이내)을 챙기고, 나머지는 ABCP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차익거래 형태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지난 3월 KT ENS 법정관리 신청 이후 투자자들이 A2 등급 CP조차 위험하다고 판단, A1 CP 공급이 부족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우량한 정기예금 ABCP의 경우 발행 즉시 모두 팔려나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거액으로 찍어낼 만한 유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KT ENS 법정관리 신청 이후 관련 보증 CP의 신용등급은 ‘A2’에서 ‘C’로 추락했다. 전체 6단계 등급 중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로 단숨에 떨어진 셈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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