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장진모 기자 ] “미국의 특허소송 비용이 너무 과도하다. 특허 가치도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
랜들 레이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법원장(사진)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인 특허변호사 초청 강연에서 “미국 특허소송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CAFC는 연방 특허소송의 항소심을 다루는 특별항소법원이다. 삼성과 애플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의 항소심을 맡고 있다.
레이더 법원장은 “미국에서 특허소송 평균 비용은 200만달러에 이른다. 광범위한 디스커버리(증거 수집 조사) 과정이 높은 소송 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 변호인들이 ‘우리 기술을 베꼈다’거나 ‘그 기술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기술 서류를 주고받으며 쟁점을 다투는 일련의 과정이 고비용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레이더 법원장은 미국 정부가 ‘특허괴물’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일방적인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특허괴물의 소송으로 신기술 혁신 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강연에는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를 비롯해 한국 정부 인사와 특허변호사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레이더 법원장은 삼성·애플 소송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가진 아이폰 부품의 40%가 삼성에서 만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특허분쟁보다는 지식재산권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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