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편의점, 탈출구는 … "PB상품 늘려라"

입력 2014-05-09 07:07   수정 2014-05-13 20:33


['성장한계' 유통업 ④] 점주자살·시장포화 등 곳곳서 '적신호'…PB로 수익성 강화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빅3'가 앞다퉈 자체브랜드(Private Brand, PB)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 제조사 제품보다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는 PB상품을 통해 '제2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들 업체들이 PB상품에 공을 들이는 것은 편의점업계의 주요 성장전략이던 '경마식 출점 경쟁'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편의점 본사는 매장 수를 늘려 가맹점주들로부터 로열티와 유통마진을 얻는 게 주요 수익원이었다.

지난해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잇따라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 규제도 잇따르면서 "출점을 통한 양적 성장은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경쟁적 출점' 한계 직면…점포 당 인구 수는 이미 포화

9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10년 7조8000억 원이던 국내 편의점 시장규모는 지난해 11조7000억 원으로 3년 만에 50% 고속 성장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6%로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점포 수를 늘리면 편의점 본사의 수익은 늘게 된다. 본사의 핵심 수익은 매달 가맹점주들로부터 받는 로열티와 유통마진이다. 본사가 출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무리한 출점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가맹점주에게 돌아갔다. 부실 점포가 속출하면서 손해를 안고도 계약기간을 채우기 위해 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점주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3월 모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수익성 하락 등을 이유로 잇따라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해 '경마식 출점경쟁'의 폐해가 드러나기도 했다.

점포수 기준 업계 1위 사업자인 CU편의점(BGF리테일)은 2012년 1252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지만 지난해 단 1개의 점포를 여는데 그쳤다. 부실점포 600개 가량을 폐점하면서 나온 결과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점포당 인구수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점포당 인구수가 2500명 가량이면 편의점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약 2300명 정도다.

◆ 정부규제도 한몫 … 양적성장→질적성장 유도

정부의 잇따른 규제가 편의점 업계의 사업전략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이 시장은 점포 수 1000개 이상 사업자에 대해 250m 거리제한 규제를 적용해왔다. 한마디로 매장수 기준 업계 1위인 CU(약 7900개)부터 4위인 미니스톱(약 1200개)까지 기존 가맹점에서 250m 이내에는 신규 출점을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난 2월부터 가맹점주 권리 강화를 골자로 한 새 가맹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이 적용됨에 따라 ▲ 24시간 의무영업 금지 ▲ 가맹점주에 예상 매출액 제공 등이 실행되면서 편의점 본사의 공격적 출점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편의점 업계 '갑-을 논란' 이후 새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적용돼 선두권 사업자들이 잇따라 부실점포 정리와 내실경영 등을 선언했다" 며 "업체간 무리한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PB상품 비중 확대 등 가맹점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내실경영의 핵심은 수익성 확보 … "PB상품 늘려라"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선두권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PB 상품을 늘리고 있다.

PB 상품은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들이 기획, 개발하는 자체 브랜드 제품이다.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한 뒤 해당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해 마케팅, 홍보 비용 등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를 때 가격을 고려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PB 상품에 대한 주목도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제품은 높은 인지도를 가진 대형 제조업체 제품과 비슷한 매출을 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고 있는 PB 스낵상품인 '체다치즈팝콘'이 좋은 예다. 이 상품은 세븐일레븐이 자체 개발해 내놓은 상품으로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어 세븐일레븐 내에서 '국민스낵'인 새우깡 매출액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CU에서 판매하고 있는 PB 생수 '미네랄워터'와 '블루드래곤'은 롯데 아이시스, 강원 평창수 등 전통적인 생수 제조업체들을 제치고 CU 내 판매 점유율 2위(20.1%)까지 뛰어올랐다. 출시한 지 7개월 만이다.

편의점 업계는 현재 15%대인 PB 상품의 구성 비중을 올해 안에 최대 30%까지 늘려 매장 별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해당 유통채널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PB 상품의 장점" 이라며 "가격은 저렴하지만 제품 질은 기존 상품들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점차 PB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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