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개선제 '나보타' 출격…대웅제약, 글로벌 시장 주름 잡는다

입력 2014-05-09 07:10   수정 2014-05-09 11:20

Cover Story - 대웅제약

'보톡스 시장' 1위에 도전장
美에 3000억원 수출 계약
엘러간社와 '팽팽한' 승부

매출 11% 연구·개발에 투자
고혈압개량신약 '올로스타' 출시



[ 김형호 기자 ]
간기능 개선제 ‘우루사’로 친숙한 대웅제약(사장 이종욱)에는 그동안 말 못한 속사정이 있었다. 매출 규모(2013년 6749억원)에서는 국내 4위 제약사지만 자체 개발한 간판 전문의약품이 없다는 것이 늘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평가가 바뀔 때가 왔다. 지난달 나란히 출시한 주름 개선제 ‘나보타’(보툴리눔 톡신)와 고혈압 복합개량신약 ‘올로스타’는 대웅제약이 절치부심 끝에 자체 개발한 의약품들이다.

나보타는 2008년까지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 국내 판매를 맡았던 대웅제약이 판권을 회수당하는 수모를 겪은 지 6년여 만에 내놓은 반격 카드다. 자체 의약품 개발을 위해 대웅제약은 지난 5년간 연구개발비를 매출 대비 11%로 끌어올렸다.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은 “모처럼 기대를 걸어볼 만한 제품들이 나왔다”며 “나보타와 올로스타가 대웅제약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톡스, 게 섰거라

5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내놓은 나보타는 보톡스와 효능이 동등하면서도 순도는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톡스와 같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주름 개선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8개 제품이 나와 있다. 대웅제약이 해외 시장에 기대를 거는 것은 제품력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다.

에볼루스는 지난해 9월 기술료를 포함해 3000억원을 주고 5년간 나보타의 미국 판권을 사들인 바이오 벤처회사다. 에볼루스의 모회사인 ‘스트라스페이 크라운’은 미국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의사들이 투자한 사모펀드(PEF)가 최대주주다. 미국 시장 점유율이 85%에 달하는 보톡스 독과점에 반발한 의사들이 투자한 회사가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대항마’로 선택한 것이다. 나보타를 미국에서 쓸 성형외과 전문의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스트라스페이 크라운에 투자한 PEF에 속한 의사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 2020년에는 15%로 늘어날 전망이다.

엘러간 출신이 보톡스 공략

에볼루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가 2017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로버트 그랜트 스타라스페이 크라운 회장은 “나보타는 보톡스와 효능이 비슷하면서 순도는 개선된 만큼 제품을 바꾸는 데 의사나 환자 모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제품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의사이기 때문에 나보타가 어느 제품보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론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공략을 진두지휘하는 에볼루스의 크리스토퍼 마모 사장을 비롯해 연구소장 등 핵심 인력이 엘러간 출신이라는 점도 나보타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보톡스의 마케팅 전략을 훤히 꿰뚫고 있는 인력들이 나보타 마케팅을 맡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제품을 쓸 의사들이 정해진 상태에서 미국에 진출한 사례는 나보타가 처음”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연평균 3000억원 이상 팔리는 제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120억원, 내년에는 2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전체 시장은 750억원 규모다. 이 때문에 대웅제약은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까지 60여개국에 총 7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단일 의약품 수출로는 가장 빠른 속도다.

글로벌 시장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2000년대 들어 연간 3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 규모는 2조5000억원이며 2018년에는 4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혈압 개량신약도 주목

4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고혈압 복합제 올로스타도 대웅제약의 기대주다. 이 제품은 대웅제약 특허 전략의 결과물이다. 가장 최신 고혈약인 올메텍과 로슈바스타틴의 특허가 모두 2013년 끝난다는 점을 간파하고 2010년부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올메텍과 로슈바스타틴을 합친 복합제는 대웅제약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일본 다이이치산쿄가 개발한 올메텍은 대웅제약이 국내에서 연간 800억~900억원어치를 팔아온 대형 품목이다. 대웅제약은 올메텍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를 자체 개발 개량신약 올로스타가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시 첫해인 올해 국내에서 10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연구원 1인당 평균 연구비 5억원

대웅제약은 최근 수년간 연구개발비를 빠른 속도로 늘려왔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약 800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11%다. 특히 연구인력 대비 연구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더 높다. 전체 인력 1317명 중 연구인력은 161명으로 1인당 평균 연구비가 5억원이다. 상위 제약사 가운데서는 가장 많다.

대웅제약은 앞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을 1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연구원들에게 매출액 대비 개발비가 10%를 넘는 회사에서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것을 독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화기 항균 진통제 등 3대 분야에서 후보 물질을 찾아 신약개발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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