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경주마 훈련담당 마필관리사 ... 1000만원 넘은 치료비 가족 생계비 도움 손길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온정이 나를 살렸다.”
6일 오후 병실에서 간호사가 40대 흑인 환자의 머리 수술부위에 새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 치료가 끝나자 환자는 간호사에게 “깜사함미다(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남아공인 에릭 자바(Eric Jevu, 44,남아공)씨였다.
남아프리카 자키클럽에서 경주마 전문 트레이너(트랙라이더)로 일하던 에릭씨는 2010년 돈을 벌기 위해 부산경남경마공원에 왔다. 노령의 부모님과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3명의 자식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남아공에서의 수입보다 두배 가까운 매달 250만원을 매달 송금하며 혼자서 대가족을 부양했다.
하지만, 에릭씨는 올해 4월 초 새벽 훈련을 마치고 갑자기 몸 구석구석이 깨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어지러움을 호소했을 때만 해도 모두들 몸살이거나 일반적인 두통이 아닐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에릭씨의 머리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응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을 찾은 에릭씨의 정확한 병명은 ‘뇌막 양성신생물’. 다른 곳으로 전이는 되지 않았지만 머리에 양성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머리에 물이고이는 수두증 진단까지 받은 에릭 씨는 “즉시 종양을 제거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경고에 머릿속에 있는 6cm 크기의 종양을 없애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에릭씨가 응급실에 실려와 쌓인 수술비와 치료비가 1000만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6명 대가족 책임지던 생활비 송금은 이미 중단됐고 비싼 암 수술비와 장기 입원에 필요한 치료비 등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이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김병진 본부장을 비롯한 한국마사회 임직원은 물론 조교사, 마주, 기수까지 자발적으로 나서 사랑의 모금 운동을 펼쳐 10여 일 만에 1200만원을 모으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백광열 조교사는 JBBA배 상금 전액을 기부했고 서울마주협회에서도 부산까지 내려와 성금을 기탁하는 열의를 보였다.
에릭씨는 서투른 한국말로 떠듬떠듬 거리며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온정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며 “한국인도 아닌 먼 나라 사람한테 이렇게 가족처럼 돌봐주고 병까지 고쳐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한국 사람들 평생 못 잊을 겁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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