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 델라웨어 대법원이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지난해 10월 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도입한 포이즌 필에 대해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게 대표적 사례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해 회사가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이다.
소더비는 이사회를 통해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경영권 인수를 위해 연합할 수 없도록 하고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경우 사전에 회사 측에 통보하는 한편 △경영권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 소극적 투자자들은 20%까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포이즌 필의 ‘독성’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더비의 포이즌 필이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경영권 보호 수단이라고 판시하면서 과도하게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불공평한 장치라는 롭의 주장은 기각했다.
이 판결로 위임장 대결에서 패배가 유력했던 소더비는 중재를 통해 롭에게 이사회 의석을 내주는 굴욕을 당했지만 경영진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판결이 포이즌 필의 효력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를 인수하려는 헤지펀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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