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여행지
라오스 루앙프라방
메콩강 노을…푸시탑의 영롱함, 순수한 매력이 넘치는 곳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의 고요함을 길어 올리는 일이다. 요란한 여행지가 아니라
사색과 명상으로 상처를 치유할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라오스의 루앙프라방과 미얀마의 바간은
정신적 치유를 위한 힐링 여행지로 각광 받아온 곳이다.
종교적 경건함이 지배하는 도시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가 있다. 라오스 북부에 자리한 도시다. 라오스 제2의 도시지만 전체 인구는4만명,상주 인구는 1만명에 불과하다.
한적한 시골마을 수준이다.‘툭툭’이나 ‘점보’ 같은 오토바이 택시와 소형 트럭의 엔진 소음을 빼면 소란스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 식민지 풍의 건물과 라오스 전통양식의 집, 수많은 사원들이 어울린 이 작은 도시는 승려와 아이들, 배낭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다. 또한이들이 만들어 내는 자유로움과 순진함, 종교적인 경건함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은 1353년부터 18세기까지 라오스의 수도였다.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사원, 왕궁, 전통 민가,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의상과 풍습은 물론 1930~1940년대에 지은 근대 건축물 등을 후세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종합 평가한 결과였다.
루앙프라방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왓 시앵통 사원이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의 하나로 꼽힌다. 1560년에 만들어졌다. 붉은색과 금색이 조화를 이룬 이 사원에는 네 명의 스님과 아직 배움의 단계에 있는 75명의 예비 승려가있다고 한다. 사원의 세 겹 지붕이 특이하고 벽면 장식도 아름답다. 꿇어 앉아 기원한 뒤 머리 위로 합장한 손을 번쩍 들어올리면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묵직한 청동불상의 전각에 젊은 연인들이 몰린다. 왕실 장례용 황금마차도 볼 수 있다. 공산화되기 전까지 왕실 장례 때 쓴 운구용 마차로 그 장식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모두가 나눠 먹는 공동체 탁발 행렬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새벽 탁발(탁밧) 행렬이다. 탁발 행렬은 오직 루앙프라방에서만 볼 수 있다.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에서도 볼 수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다. 루앙프라방에서는매일 탁발 행렬이 이어진다. 루앙프라방 각 사원의 스님들이수백명씩마을을 돌며 아침 식사를 공양받는 행렬의 장엄함은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스님이앞장을 서고 서열에 따라 한 줄로 뒤를 따른다. 스님들은 시주들 앞을 지나가며 바리때의뚜껑을 반쯤만 연다. 그러자 시주들은 미리 준비한 음식물을바리때에 넣어준다.
탁발 행렬을 지켜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스님들이 밥과 반찬으로 가득 찬 바리때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루앙프라방의 스님들은 아침과 점심 두 끼밖에 먹지 않는다. 먹는 양도 적어 바리때에 담긴 음식이 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까. 새벽 탁발 행렬에 공양을 하러 나온 주민들 끝에는 걸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대여섯 살쯤돼 보이는 아이도 있고 백발이 희끗희끗한 노인도 섞여 있다.
스님들은 바리때에 담긴 음식을 이들에게 나눠준다. 걸인들 역시 당연한 듯스님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받는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도시들과달리 루앙프라방에서는 한 번도 걸인을 만난 적이 없다. 이는 어쩌면 탁발 행렬에서 비롯된 음식의 재분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여행자들은 루앙프라방을 ‘몽상가의 마지막 피난처’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블랙홀’ ‘영혼의 강장제’라고 부른다. 며칠만 루앙프라방에 있어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에서의 시간은 메콩강이 흐르는 속도로 천천히 흘러간다. 여행자들은 최대한 게을러지기 위해,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색과 명상의 여행지
루앙프라방에 머물다 보면 모든 욕망은 덧없어진다. 루앙프라방을 진정으로 즐기는 방법은 그냥 느긋하게 머물러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에는루앙프라방에 한 달 동안 머무는 동안한 일이라곤 자전거를 타고이 골목 저 골목을돌아다니며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현지인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신 것이 전부였다. 사원으로 가 명상에 잠겼고 메콩강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사색에 빠지는 일. 루앙프라방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도시다. 새벽 탁발 행렬을 본 후에는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푸시탑으로 가보자.새벽이면 붉은 옷을 걸친 스님과 수염이 덥수룩한 여행자들이 탑 아래에서 명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루앙프라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과는 사뭇 다른 시간을 보여주는 곳이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나무 그늘에 모여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수다를 떨거나,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하루를 낭비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원으로 불쑥 들어가 법당에 앉아 명상에 잠겨도 되는 도시, 여행자의 사색을 방해할까 봐 발 뒤꿈치를 들고 걸음을 걷는 스님들이있는 도시, 그곳이 바로 루앙프라방이다.
여행팁
한국에서 루앙프라방까지 직항편은 없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을 거쳐야 한다. 통화는 ‘킵(kip)’을 사용한다. 태국 ‘바트(baht)’와 미국 달러도 일상 통화처럼 사용한다. 요즘 환율은 1달러에 1만킵 안팎이다. 시간은 한국보다 두 시간 늦고 5~10월은 우기여서 하루에 4~5차례 스콜(소나기)이 내린다. 빌라 산티(Villa Santi)는 한국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호텔. 왓시앵통 거리에 있다. 프렌치 스타일의 운치 있는 건물을 호텔로 꾸몄다. 메인 스트리트와 메콩강 주변에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다. 1박에 5~15달러. 모기약을 준비하고 물은 꼭 사서 먹는 게 좋다. 왕궁이나 사원을 방문할 때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피하고 내부에 들어갈 때는 모자와 신발을 벗어 예를 갖춘다.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라오스 루앙프라방
메콩강 노을…푸시탑의 영롱함, 순수한 매력이 넘치는 곳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의 고요함을 길어 올리는 일이다. 요란한 여행지가 아니라
사색과 명상으로 상처를 치유할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라오스의 루앙프라방과 미얀마의 바간은
정신적 치유를 위한 힐링 여행지로 각광 받아온 곳이다.
종교적 경건함이 지배하는 도시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가 있다. 라오스 북부에 자리한 도시다. 라오스 제2의 도시지만 전체 인구는4만명,상주 인구는 1만명에 불과하다.
한적한 시골마을 수준이다.‘툭툭’이나 ‘점보’ 같은 오토바이 택시와 소형 트럭의 엔진 소음을 빼면 소란스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 식민지 풍의 건물과 라오스 전통양식의 집, 수많은 사원들이 어울린 이 작은 도시는 승려와 아이들, 배낭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다. 또한이들이 만들어 내는 자유로움과 순진함, 종교적인 경건함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은 1353년부터 18세기까지 라오스의 수도였다.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사원, 왕궁, 전통 민가, 다양한 소수민족들의 의상과 풍습은 물론 1930~1940년대에 지은 근대 건축물 등을 후세에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종합 평가한 결과였다.
루앙프라방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왓 시앵통 사원이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의 하나로 꼽힌다. 1560년에 만들어졌다. 붉은색과 금색이 조화를 이룬 이 사원에는 네 명의 스님과 아직 배움의 단계에 있는 75명의 예비 승려가있다고 한다. 사원의 세 겹 지붕이 특이하고 벽면 장식도 아름답다. 꿇어 앉아 기원한 뒤 머리 위로 합장한 손을 번쩍 들어올리면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묵직한 청동불상의 전각에 젊은 연인들이 몰린다. 왕실 장례용 황금마차도 볼 수 있다. 공산화되기 전까지 왕실 장례 때 쓴 운구용 마차로 그 장식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모두가 나눠 먹는 공동체 탁발 행렬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새벽 탁발(탁밧) 행렬이다. 탁발 행렬은 오직 루앙프라방에서만 볼 수 있다.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티안에서도 볼 수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다. 루앙프라방에서는매일 탁발 행렬이 이어진다. 루앙프라방 각 사원의 스님들이수백명씩마을을 돌며 아침 식사를 공양받는 행렬의 장엄함은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스님이앞장을 서고 서열에 따라 한 줄로 뒤를 따른다. 스님들은 시주들 앞을 지나가며 바리때의뚜껑을 반쯤만 연다. 그러자 시주들은 미리 준비한 음식물을바리때에 넣어준다.
탁발 행렬을 지켜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스님들이 밥과 반찬으로 가득 찬 바리때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루앙프라방의 스님들은 아침과 점심 두 끼밖에 먹지 않는다. 먹는 양도 적어 바리때에 담긴 음식이 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까. 새벽 탁발 행렬에 공양을 하러 나온 주민들 끝에는 걸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대여섯 살쯤돼 보이는 아이도 있고 백발이 희끗희끗한 노인도 섞여 있다.
스님들은 바리때에 담긴 음식을 이들에게 나눠준다. 걸인들 역시 당연한 듯스님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받는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도시들과달리 루앙프라방에서는 한 번도 걸인을 만난 적이 없다. 이는 어쩌면 탁발 행렬에서 비롯된 음식의 재분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여행자들은 루앙프라방을 ‘몽상가의 마지막 피난처’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블랙홀’ ‘영혼의 강장제’라고 부른다. 며칠만 루앙프라방에 있어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에서의 시간은 메콩강이 흐르는 속도로 천천히 흘러간다. 여행자들은 최대한 게을러지기 위해,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색과 명상의 여행지
루앙프라방에 머물다 보면 모든 욕망은 덧없어진다. 루앙프라방을 진정으로 즐기는 방법은 그냥 느긋하게 머물러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에는루앙프라방에 한 달 동안 머무는 동안한 일이라곤 자전거를 타고이 골목 저 골목을돌아다니며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현지인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신 것이 전부였다. 사원으로 가 명상에 잠겼고 메콩강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사색에 빠지는 일. 루앙프라방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도시다. 새벽 탁발 행렬을 본 후에는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푸시탑으로 가보자.새벽이면 붉은 옷을 걸친 스님과 수염이 덥수룩한 여행자들이 탑 아래에서 명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루앙프라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과는 사뭇 다른 시간을 보여주는 곳이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나무 그늘에 모여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수다를 떨거나,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하루를 낭비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원으로 불쑥 들어가 법당에 앉아 명상에 잠겨도 되는 도시, 여행자의 사색을 방해할까 봐 발 뒤꿈치를 들고 걸음을 걷는 스님들이있는 도시, 그곳이 바로 루앙프라방이다.
여행팁
한국에서 루앙프라방까지 직항편은 없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을 거쳐야 한다. 통화는 ‘킵(kip)’을 사용한다. 태국 ‘바트(baht)’와 미국 달러도 일상 통화처럼 사용한다. 요즘 환율은 1달러에 1만킵 안팎이다. 시간은 한국보다 두 시간 늦고 5~10월은 우기여서 하루에 4~5차례 스콜(소나기)이 내린다. 빌라 산티(Villa Santi)는 한국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호텔. 왓시앵통 거리에 있다. 프렌치 스타일의 운치 있는 건물을 호텔로 꾸몄다. 메인 스트리트와 메콩강 주변에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다. 1박에 5~15달러. 모기약을 준비하고 물은 꼭 사서 먹는 게 좋다. 왕궁이나 사원을 방문할 때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피하고 내부에 들어갈 때는 모자와 신발을 벗어 예를 갖춘다.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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