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보고 한국 영화 푹 빠지게 됐어요. 김기덕, 봉준호, 홍상수, 임상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동양의 신비함과 이국적인 정서가 매력적이에요. 한국 영화사에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한국학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그는 무작정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는 한국 영화제작사·배급사에 입사 지원서를 보냈다. 일하고 싶은 회사의 기준은 두 개였다. 규모가 작아야 하고 제작과 배급을 겸하는 회사일 것. 블록버스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서를 보낸 40곳 중 한 곳에서 ‘면접을 보자’는 답신이 왔다. 마노엔터였다. 오미선 마노엔터 대표와 전화로 영어면접을 본 뒤 지난 2월부터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급여는 프랑스 지자체와 대학측이 6개월간 2400유로(약 340만원)를 지원한다. 프랑스는 인류 최초의 영사기 시네마토그래프를 발명한 나라 아닌가. 영화종주국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산업을 배우러 왔다는 게 신기했다.
“라로셸대학에서 영화 이론을 전공했는데, 수업시간에 한국영화 이론도 배웠어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한국이론을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군요. 한국에서 직접 부딪치며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작품 시사회 뒤풀이에서 제작사, 마케팅사, 배급사 등 다양한 영화 관계자들과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믿기지 않을 만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홍익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경험이 있지만 아직 한국어는 서투르다. 하지만 회사에선 복사, 우편물 정리 등 사소한일 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불어권 영화인 이번 작품의 경우 그가 불어로 된 모든 자료를 영어로 바꿨다. 곧 개봉할 핀란드 영화의 예고편을 영어로 만드는 일도 했다. 오 대표는 “덕분에 일이 반으로 줄?다”며 “국내 프랑스 네트워크를 통해 영화 협찬도 따왔다”고 자랑했다.
그는 오는 8월 프랑스로 돌아간다. “한국에 오기 전 교수님이 ‘서울은 많은 것들이 과해서 불편하고 어렵지만 한국 친구를 만나 친해지면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거라고 하셨어요. 프랑스와 전혀 다른 한국의 문화가 흥미롭습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사에서 정식으로 일하고 싶어요.
”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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