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선표 기자 ]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길바닥에서 잠자며 일하는 운전기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화주가 정량만 실어주면 되는데…. 계량기를 달아 과적하면 아예 화물차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면 좋겠어요.”(아이디 yaec****)
도로를 질주하는 과적차량에 대한 기사(본지 10일자 A1·7면)가 나가자 포털 사이트엔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불감증이 이슈가 된 현실을 반영해 과적차량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과적을 할 수밖에 없는 운전기사의 고단한 삶을 토로했다. 한 운전기사(intd****)는 “하루 18시간 일하지만 기름값과 톨비(고속도로 이용요금), 보험료를 떼면 남는 게 없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댓글뿐 아니라 수십 통의 이메일도 기자에게 왔다.
그들 중 몇 명과 통화했다. 1.2t 트럭으로 전국에 화물을 운송하는 A씨(32)는 “저도 이제 갓 돌이 지난 아들이 있어요. 아기 얼굴을 떠올리면 절대 과적을 하고 싶지 않아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화물주가 화물 운송을 의뢰하면 1차 운송회사와 2, 3차 운송회사를 거치고 콜센터를 통한 뒤에야 화물차 운전자가 일감을 얻게 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계를 거칠수록 손에 쥐는 운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량대로만 화물을 싣겠다고 하면 “당신 말고도 일할 사람은 많다”는 말과 함께 일감이 뚝 끊기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도로법을 적용하면 과적을 강요한 화물주나 운송회사가 과태료를 부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을(乙)’인 화물차 운전자가 단속 공무원들에게 화물주가 과적을 강요했다고 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사가 나간 뒤 몸통(화물주, 운송회사)은 두고 꼬리(운전기사)만 단속한다는 항의 전화에 하루 종일 시달렸다는 국토교통부 공무원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했다.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오늘도 내일도 과적 화물차들은 위태롭게 도로 위를 달릴 것이다. ‘육상의 세월호’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장 실태를 반영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홍선표 지식사회부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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