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서정환 기자 ]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빠른 인구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외국인들에 대한 문호를 넓히고 있다. 우선은 6개 국가전략특구(경제특구)에서부터 외국인 장기 체류요건을 대폭 완화해 주기로 했다. 이들 특구 내에서 기업을 설립하거나 가사·육아 도우미로 일하는 외국인 등이 대상이다.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는 12일 아베 신조 총리 관저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 자문회의는 아베 총리가 직접 의장을 맡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오는 6월 발표할 성장전략에 이 안을 포함시키고, 연내 외국인 체류에 대한 법을 개정해 이른 시일 내 시행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영입 확대 대상 지역은 도쿄권(도쿄도·가나가와현·지바현 나리타시)과 간사이권(오사카·교토부·효고현), 요부시, 니가타시, 후쿠오카시, 오키나와현 등 총 6개 특구다. 장기 체류 자격 완화의 핵심 대상은 기업을 설립하는 외국인이다. 현재는 입국 전 일본에서 사무실을 확보해야 장기 체류할 수 있지만 앞으로 특구 내에서 사업 계획서만 제출해도 수년간 머물 수 있게 된다.
일본인이 설립한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경우도 체류 자격을 완화해 줄 계획이다. 또 이렇게 일본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가사나 육아를 도와줄 외국인 도우미를 직접 데리고 오거나 쉽게 고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개방도 대폭 확대한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막고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의도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2809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2030년 1억1662만명, 2060년에는 8675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노동인구(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만 14세 이상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은 2011년 기준 1.1%에 불과해 싱가포르(35.7%)와 미국(16.2%). 독일(9.4%) 영국(7.6%)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달 4일 아베 총리도 “외국 인력 활용을 위한 새로운 구조를 검토해 달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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