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리 기자 ]
삼성전자가 첫 타이젠폰을 이르면 오는 6월 러시아에서 발표한다. 인도에서도 판매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항할 ‘제3의 OS’ 타이젠의 시험 무대로 신흥시장을 선택한 것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 OS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선진시장을 피하는 우회 전략을 채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시험무대’ 러시아 인도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 인텔 등이 주도하는 타이젠연합이 러시아와 인도에서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선 다음달 초 모스크바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 행사와 비슷한 대규모의 타이젠폰 발표 행사를 준비 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타이젠 OS 개발자회의(6월2~4일)와 맞물린 시기다. 인도에서도 타이젠폰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러시아와 인도 등 신흥시장을 시험무대로 삼은 것은 OS 시장에서 구글 애플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미국 등 선진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구글이 OS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위인 애플 iOS는 물론 3위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도 안드로이드의 위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을 확장해나가기가 어렵단 얘기다.
반면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모바일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장에서 이용자들에게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기능을 갖춘 값싼 스마트폰을 팔면 선진국에서보다 쉽게 OS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글과의 협력 관계 등을 의식한 선택이기도 하다. 현재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는 대부분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고 있다.
◆잇단 연기…이번엔 나올까
타이젠폰 발표는 계속 연기됐다. 2011년 가을엔 2012년 1분기께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2월엔 7월에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올해 1월 발표 계획도 마지막 순간에 무산됐다. 일본 NTT도코모,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이 판매를 미뤘기 때문이다. NTT도코모는 “안드로이드 iOS 이외에 다른 OS에 대한 수요가 적다”며 판매를 보류했다. 오렌지텔레콤은 “타이젠 OS가 기대했던 것만큼 성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타이젠폰 판매가 지연되자 삼성전자는 주변기기부터 타이젠 OS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내놓은 삼성전자 스마트 카메라 ‘NX300’에 처음으로 타이젠 OS를 적용했다. 올해 들어선 스마트워치 ‘기어2’에 타이젠 OS를 넣었다.
◆포기할 수 없는 OS
잇단 연기에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타이젠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킬레스건’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지만 제품 대부분이 안드로이드 OS로 구동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판매 수익은 구글이 가져간다. 타이젠이 성공하면 소프트웨어 서비스 판매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연간 수조원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연구개발(R&D) 인력 6만7000명의 약 60%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은행 루트버그앤드코의 라지브 찬드 이사는 “삼성전자가 구글이 이용자 경험 등 빅데이터를 가져가고 자신들은 속 빈 껍데기가 되는 상황을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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