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에너지 기술 혁신
반도체·통신 협업 동력 발굴도
[ 강현우 기자 ]
SK그룹은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수출기업’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SK 계열 상장사 15개사(지주회사 SK(주) 제외)의 작년 수출액은 76조7322억원을 달성했다. 1953년 그룹 창립 이후 수출이 내수(71조1732억원)를 처음으로 웃돌았다.
SK는 도전정신과 ‘신개념 연구개발(R&D)’을 발판으로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룹 가치 300조원 달성을 위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다고 보고 투자와 신기술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죽는다’
SK가 수출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도전정신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SK는 2004년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필수라고 판단, ‘부진불생(不進不生·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죽는다)’을 경영 방침으로 정하고 공격 경영에 나섰다. 이후 SK는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신시장 개척에 성공하면서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갔다. 도전정신이 수출기업으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된 것이다.
SK의 도전정신은 하이닉스 인수 과정에서 잘 볼 수 있다. SK는 재계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매년 수조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기술주도형 반도체 생산기지로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양적 변화뿐만 아니라 질적 변화도 추구했다.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조종실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 업체인 미국 LAMD를 인수해 공정 미세화 수준을 높였다. 유럽에는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해 미래형 반도체 개발에도 집중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16나노(1나노m=10억분의 1m) 낸드플래시, 20나노급 4기가바이트(Gb) 그래픽 DDR3 등 ‘세계 최초’의 작품들이 나왔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매출 14조1650억원, 영업이익 3조3800억원, 순이익 2조8730억원을 기록하면서 편입 2년 만에 그룹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것도 이런 배경 덕분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와 통신, 시스템 통합(SI)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SK는 지난 1월 삼성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임형규 전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미래 동력원을 발굴하고 비전을 설계하는 역할을 임 부회장에게 맡겨 ‘퀀텀 점프(대도약)’를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그룹의 ICT 기업인 SK텔레콤, SK C&C, SK하이닉스가 시너지를 어떻게 추구하는지에 따라 향후 SK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SK 스타일’ R&D
기업가치 3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SK의 구상은 고유 스타일의 R&D를 통해 확보한 신기술로 현실화하고 있다.SK에너지는 2011년 다량의 염분이 함유된 원유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유수분리(油水分離) 기술을 개발했다. 고염분 원유는 정제가 어려워 일반 원유보다 싸게 거래되지만 이런 정제 기술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비싼 일반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 이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SK는 유수분리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정제마진을 높여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중동·아프리카보다 러시아에 고염분 원유가 많은데, 유수분리 기술로 저렴하면서도 운송비가 적게 드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SK루브리컨츠는 2011년 3월 세계 최초로 초고점도지수 윤활기유 제조공정 기술을 개발, 세계 23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초고점도지수 윤활기유는 열대 고온 지역이나 시베리아 같은 극한 지역에서도 일정 수준의 끈적이는 점도를 유지하는 제품으로 프리미엄 윤활유의 원료가 된다.
SK는 ‘녹색기술 7대 중점 R&D 및 사업화 과제’를 정해 환경과 미래성장동력을 함께 확보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u-Eco City)’ 등이 7대 과제다.
이만우 SK PR팀장(부사장)은 “항상 존재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며 “SK는 도전정신과 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가치와 국부를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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