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 2014년 5월 연휴 마지막날인 6일 석가탄신일 새벽, 해발 832m인 강원도 대관령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일시 영하로 떨어지며 눈이 내렸지요.
비록 적설량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이 지역에서 ‘계절의 여왕’ 5월에 이처럼 눈발이 날린 것은 1991년 5월 2일 이래 23년만 이라고 기상청은 밝혔습니다.
이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서 생긴 일종의 ‘기상이변’으로 해석됐습니다.
1주일쯤 뒤, 현지시간 5월 12일 한국의 대관령 보다 위도가 1도 가량 높은 북위 39도에 위치한 미국의 중서부 콜로라도주에서 큰 눈이 내렸다는 외신 보도입니다.
한국시간 5월 13일 현지 언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콜로라도주에서는 11일부터 이틀 동안 폭설이 내려 나무가 쓰러지고 전기가 끊기는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그동안 내린 눈의 양도도 무려 12㎝에 이른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국립기상청 콜로라도 사무소 데이비드 바진브러치는 “덴버 지역에서 5월에 이런 눈이 오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 기상 현상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번 이상 기상 현상으로 콜로라도의 주도이고 로키산맥 언저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덴버시의 국제공항은 전기 공급이 원활치 않아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는 현지 언론의 전언입니다.
덴버시 국제공항 대변인 줄리 스미스는 “비상 발전기로 대부분 공항 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됐지만 악천후 때문에 27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밝혔습니다. 공항 직원들은 얼어붙은 활주로를 녹이고 눈을 치우느라 밤을 새웠다고 하네요.
덴버 지역은 월요일인 12일 오전 출근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교통사고가 줄을 이었고 사망사고도 1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날 콜로라도 주도 덴버시에서 발생한 기상이변으로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장소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해발 20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흔히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MLB (미국메이저리그야구) 서부지구 소속팀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입니다.
콜로라도 구단은 12일 이번 폭설로 인해 파란색 잔디 대신 하얀 눈으로 뒤덮인 쿠어스 필드의 전경을 찍은 사진을 올린 것입니다. [위 이미지= 콜로라도 로키스구단이 공개한 트위터 캡처]
로키스는 다행스럽게도(?) 13일 휴식을 취한 뒤 14일부터 이틀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나선다고 합니다.
참고로 로키스는 1993년 창단했으며 팀명 로키스 (Rockies)는 콜로라도주의 로키산맥에서 유래했습니다.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해 낮은 공기 저항으로 타구가 멀리 뻗어가는 탓에 타자들에겐 ‘홈런 공장’ 투수들에겐 ‘무덤’으로 통하는 쿠어스 필드는 수용인원이 5만200명입니다.
현지 기상 전문가들은 “북미 대륙 북방에서 거대한 찬 공기 덩어리가 유입되면서 형성된 저기압 때문에 이 지역에 이런 이상 기상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습니다. 하루나 이틀 뒤 정상적인 봄 날씨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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