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가인 여의도 거리가 한산해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신규 채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면서 금융가의 '입구'는 닫고 '출구'만 활짝 열렸다.
13일 취업포털 잡코리아, 사람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개 대형 금융사 중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곳은 35%에 그쳤다. 채용 규모는 전년 대비 3.3% 감소한 1045명 수준이었다. 이는 국내 상위 13개 그룹사의 신규 채용 규모 감 소폭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채용 미정 기업 등을 제외하고 통계낸 수치이기 때문에 채용 규모가 이보다 더 줄었을 것"이라며 "최근 금융권이 업황 불황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2030 신입 금융맨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권의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신입사원 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 대다수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하반기 공채만 진행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한 NH농협증권은 하반기 채용마저 불투명하다. 이날 NH농협증권은 우리투자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100명 규모의 인원 감축을 단행키로 했다. 오는 15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신입사원 1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확실치 않다"며 "채용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법인이 출범한 뒤 전사적인 경영 계획이 세워진 후에야 마케팅, 영업 등의 큰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역시 올해 하반기 공채 규모를 놓고 고심 중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과 함께 공채를 진행하는 삼성증권은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지난해 상반기 공채에 나서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에도 3년 연속 두 자릿수 채용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최근 300여 명의 임직원에게 희망퇴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엔 1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70여 명 수준에 그쳤다. 올해 하반기 채용 계획은 미정이다.
올해 상반기에 15명을 뽑은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공채 규모를 늘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최소한의 인력만 뽑고 있는 곳이 많다"며 "요즘 업계의 인사는 '사람을 뽑는 일'이 아나라 '내보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강지연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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