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포괄적 책임 인정…보상 종지부 찍나

입력 2014-05-14 14:12   수정 2014-05-14 15:21

'백혈병 문제' 책임 포괄적 인정…도의적 책임 강조
반도체-백혈병 간 인과관계 인정은 안해 …보상안 유족 측에 요구
'제3의 중재기구' 설치 및 참여 인사 협의 이번에는 타결?




[ 김민성 기자 ] 14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백혈병 발병 등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유족 및 시민단체 등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7년을 끌어왔던 직업병 문제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인정하고, 종지부를 찍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공식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백혈병 등 발병 책임에 대한 전향적인 사과, 제3 중재기구 결정에 따른 합당안 보상안 마련, 산업재해인정 소송 보조 참가 철회 등이다.

◆ '백혈병 문제' 책임 포괄적 인정…도의적 책임 강조

우선 삼성전자는 백혈병 등 직업병 발병 문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전향적으로 인정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진작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저희가 소흘한 부분이 있었다", "성심 성의껏 해결하겠다" 등 발표 상당 부분을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에 할애했다. 유족 측이 요구한 '삼성전자 책임자의 사과'를 권 부회장이 이행한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 공정과 백혈병 발병과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보상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기존 입장처럼 피해자 가족 및 인권단체 반올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으로 구성된 유족 측에 구체적 보상안 및 협의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보상 문제 해결 주체는 '제3의 중제기구'라고 명시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한 뒤 이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 요구사항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는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 '제3의 중재기구' 통한 보상안 마련…이번에는 해결?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사망 환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안을 진지하게 검토한 뒤 입장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같은 달 9일 심 의원과 반올림 등이 ▲ 유가족에 삼성 측 공식 사과 ▲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공정한 보상책 마련 ▲ 재발 방지 대책 마련 ▲ 정부 산업재해 인정 기준 완화 등 4가지를 요구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입장 검토 발표를 한 지 사흘만인 지난달 16일 반올림 측 말바꾸기가 혼란스럽다는 추가 입장을 내놓았다. 7년을 끌어온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는 듯 했지만 양측 입장 차로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였다.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는 유족 측 4개 요구안 중 세번째로 명시한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 반올림이 설치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라는게 삼성 측 설명이었다. 유족 및 심 의원, 반올림 등 3자가 공동으로 요구안을 마련했다고 판단했지만 반올림이 제안 조건을 부정하면서 검토할 대상이 사라졌다는 하소연이었다.

이날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보상안 제시를 유족 측에 요구하면서 보상안 확정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의 중재기구 설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최종적인 보상안 등 합의를 중재기구가 결정하는 만큼 구성 방식 및 참여 인사 등에 대해 삼성전자와 유족, 정치권, 반올림 측이 추가 협의를 벌여야한다. '중재기구 설치를 통한 보상안 마련'은 그간 양측이 협의점을 찾지 못했던 부분이다. 또 반올림이 협상 대표성을 갖는만큼 차후 법적 효력을 보장토록 유족 측 위임장을 받아야한다는 삼성 측 요구에 대해서도 합의가 필요하다.

◆ 유족 측 산업재해인정 소송 보조 참가 철회 약속

다만 삼성전자는 발병 당사자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업재해 인정 소송에 보조 참여 형식으로 참가해온 것은 철회하기로 했다. 산업재해 인정 소송 관련 문제에 삼성전자가 더이상 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첫 산업재해 인정 신청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는 2005년 6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투병 끝에 2007년 3월 사망했다. 그해 황씨 부친인 황상기씨는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를 상대로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이듬해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황씨는 2010년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 2011년 6월 반도체 근로자 중 처음으로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았다.

공단은 이후 2012년 4월에 이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유방암으로 숨진 김모(당시 36세)와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재생불량성 빈혈로 사망한 최모(당시 32세)씨가 대상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입장 발표를 공언했던만큼 신속한 발표 시기를 조율해 왔다"며 "최근 세월호 사고 및 이건희 회장 입원 등 많은 일들이 있어 생각보다는 일정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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