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신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우주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가는 우주왕복선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가 미국과 ISS에서의 협력을 2020년 중단하고, 로켓 엔진 MK-33과 RD-180의 미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 제재에 대응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스스로 우주인을 ISS에 보낼 수 없는 미국이 앞으로 원활하게 ISS를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 전 2024년까지 ISS를 함께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영국 등 16개국이 공동 참여해 제작한 우주정거장이다. 각국이 돌아가면서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과학실험을 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예산 절감을 위해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킨 뒤 ISS로 비행사를 보내기 위해 러시아의 소유스우주선을 이용해왔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로 미국 ISS사업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또 러시아 로켓 엔진 수출 금지가 현실화하면 미국의 위성 발사도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위성발사체 핵심부품으로 러시아의 로켓 엔진이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RD-180 엔진은 보잉과 록히드마틴 합작사인 최첨단 군사위성 발사 전문업체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ULA)의 최첨단 아틀라스 로켓에 사용되고 있다.
로렌 톰슨 렉싱턴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미국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위성발사체가 러시아 로켓 엔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러시아가 우주정거장 사용 금지와 로켓 엔진 수출 금지를 통해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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