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험 넘나든 구자균, 스마트그리드 '승부수'

입력 2014-05-14 21:59  

이라크 직접 찾아 신뢰 쌓아
LS산전, 3년 만에 5억弗 수주



[ 남윤선 기자 ] 2011년 이라크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를 복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였다. 거의 모든 발전소가 파괴돼 정부청사까지 수시로 정전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라크 전력부는 “이 기회에 국가 전력망을 전면 개조하자”며 스마트그리드 시스템 도입 의사를 밝혔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함으로써 소비자가 전기 사용량과 요금 정보 등을 곧바로 알 수 있게 하는 차세대 시스템이다. 전기 이용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라크의 스마트그리드 도입 움직임을 들은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은 승부수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LS산전은 일찍부터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공을 들여왔지만 국내 시장이 예상만큼 빨리 열리지 않아 고심하던 터였다. 구 부회장은 2011년 11월 LS산전이 이라크에서 첫 계약을 따내자 현지 정부 부처를 방문하기 위해 직접 이라크로 향했다. 테러 위험이 남아 있던 바그다드를 오너가 일원인 구 부회장이 작지 않은 위험을 무릅쓰고 찾은 것이다. 당시 첫 계약금액은 3000만달러였다.

그로부터 3년, LS산전의 이라크 사업이 꽃을 피우고 있다. LS산전은 바그다드 등 19개 지역에 지능형 원격 검침 인프라(AMI) 시스템과 스마트미터기 11만대를 공급하는 5224만달러(약 536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발표했다. 2011~2012년 변전설비, 2013년 배전제어센터 공급에 이어 올해 AMI까지 전력설비 분야에서 발전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지난 3년간 LS산전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금액은 총 4억9400만달러(약 5060억원)에 달한다. LS산전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 가격에선 경쟁사에 밀렸지만 LS산전의 스마트그리드 분야 기술력에다 구 부회장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높은 신뢰 덕에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2011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라크 정부와의 신뢰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2012년과 2013년 이라크 전력부 인사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는 직접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 단지에서 ‘가이드’ 역할을 자청했다. 당시 구 부회장을 옆에서 수행한 LG산전 관계자는 “이라크 전력부 차관과는 서로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 교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귀띔했다.

LS산전은 2011년 이후 이라크 정부가 발주한 변전소 사업의 70%를 수주했다. 지멘스, ABB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전망도 밝다. 이라크 정부는 앞으로 스마트미터기를 400만대 보급할 계획이다. 이번에 LS산전이 11만대를 500억여원에 수주한 것을 감안하면 이론상 2조원대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LS산전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이라크 정부의 대금 지급 능력 등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3년이 지나도록 한 건의 결제 문제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이라크 사업에 꾸준히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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