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우 기자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이 화장품 사업에 세 번째 도전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화장품·건강기능식품 판매 계열사 웅진투투럽을 설립하고, 미국 에스테틱 화장품 브랜드 ‘더말로지카(Dermalogica)’의 한국 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이 계열사 대표에는 이남진 웅진씽크빅 상무를 내정했다.
‘투투럽(Tutuluv)’은 윤 회장이 웅진의 경영 정신으로 강조해온 ‘또또사랑’에서 따온 말이다. 웅진투투럽은 윤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인의동 웅진홀딩스 본사에 사무실을 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정식 론칭을 목표로 인력과 판매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윤 회장의 화장품 사업은 이번이 세 번째다. 두 번의 도전이 모두 성공을 거뒀던 만큼 세 번째 도전에서도 성공기를 써낼지 주목된다. 그는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을 유상옥 회장과 공동 창업해 10년 만에 연 매출 2000억원대의 유명 업체로 키워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웅진그룹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모두 팔고 그 종잣돈으로 정수기 렌털 사업에 투자했다.
당시 ‘10년 동안 국내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윤 회장은 그 기간이 끝나자 2010년 웅진코웨이를 통해 ‘리엔케이(Re:NK)’라는 자체 브랜드로 화장품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리엔케이는 이른바 ‘고현정 화장품’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출시 넉 달 만에 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해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함으로써 리엔케이도 윤 회장의 손을 떠났다. 웅진코웨이 매각 과정에서는 웅진이 일정 기간 정수기 등의 렌털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금지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갔지만, 화장품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요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 본사로 거의 매일 출근해 경영을 챙기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2012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16개월 만인 올 2월 조기 졸업했다. 웅진홀딩스는 이날 올 1분기 매출 1137억원, 영업이익 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는 실적 잠정 집계치를 공시했다.
윤 회장은 틈날 때마다 “웅진그룹은 다시 일어서게 될 것”이라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알짜 계열사를 팔면서 그룹 외형은 많이 쪼그라들었지만 씽크빅 등 탄탄한 계열사와 영업에 대한 노하우가 자신감의 근거다. 다만 기업어음(CP) 편법 발행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외부 활동은 꺼리고 있다.
웅진의 새 화장품 사업에 대해 업계 전망은 엇갈린다. 방문판매를 통해 화장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줄고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화장품 매출 중 방판 비중이 2008년 57.1%에서 지난해 23.1%로 떨어졌다. 코리아나, 소망, 한불 등 방판에 강했던 중견 화장품 회사들은 고전하고 있다.
웅진투투럽 관계자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이 핵심 상품이 되겠지만 유통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만큼 방문판매를 중심으로 해야 할지는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며 “아직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해 회장에게 보고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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