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의도 2]중매 시장서 고개 숙인 증권맨…"1등 신랑감 옛말"

입력 2014-05-15 14:12   수정 2014-05-15 14:49

[ 강지연 기자 ] #사례 1. 대기업 인사팀에 근무하는 박서영 씨(가명·29)는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소개팅한 사실을 부모님에게 전했다가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박 씨의 부모님은 "요즘 잘 나가던 애널리스트들도 하루 아침에 구조조정된다더라. 옆집 엄마도 증권사에 다니는 사위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 전했다. 이어 박 씨에게 "옛날과 달리 증권맨들이 다 잘 나가는 것은 아닌가 보더라"며 신중한 만남을 조언했다.

#사례 2. 중소형 증권사 영업부서에 다니는 5년차 최성준 씨(34)는 최근 결혼정보업체에 가입 했다가 자존심에 상처만 입었다.

커플 매니저에게 상위 등급을 받았지만 상대방 여성들이 자신과의 만남을 기피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고용 상태가 불안하고 연봉이 많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며 "금융업 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자랑하며 최고 신랑감으로 뽑혔던 것도 2007년까지였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증권맨'을 비롯한 금융권 종사자들은 미혼남녀가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 순위에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과거 금융직은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꼽혀왔지만 최근 들어 그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15일 결혼정보업계에 따르면 금융직은 남성과 여성이 원하는 배우자의 직업 순위에서 각각 한 계단씩 밀려났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해 말 전국 25세 이상 40세 미만의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들이 선호하는 배우자의 직업에선 3위(7.8%)를 차지했다.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금융직은 비교적 안정적인 직종인 공무원, 일반 사무직에 밀렸다.

남성들의 경우 3~4위에 올랐던 금융직이 지난해 5위(5.7%)로 하락했다. 남성이 선호하는 배우자 직종은 교사, 공무원, 일반 사무직, 약사 순이었다.

듀오 관계자는 "금융직의 인기가 소폭 하락한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엔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 공사 등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금융직의 인기 하락은 업황 불황과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 일평균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불황으로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면서 지난해 증권가 직원 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 삼성증권, NH농협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굵직한 증권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올해도 희망퇴직으로 증권사를 떠나는 인원은 1000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연봉도 대폭 줄었다. 금융업종 직원의 1인당 연봉은 지난해 5669만 원으로 전년 대비 20.14% 감소했다. 전체 업종 중 가장 큰 감소율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예전에 동료 애널리스트를 소개해달라는 지인들의 요청이 많았지만 요즘엔 '쑥' 들어갔다"며 "노총각 증권맨들이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여전히 금융직은 미혼 남녀들이 선호하는 배우자 직 업 중 하나지만 업황 불황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금융인 스스로의 자부심이 낮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시장에 나온 금융인의 자기만족도 점수가 기존 10점 만점에 8점 수준이었다면 최근엔 6.5점까지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지현·강지연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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