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은아, 거친 여배우? 솔직해서 좋잖아

입력 2014-05-16 07:10   수정 2014-05-16 09:49


[박윤진 기자] 연예계에 데뷔한 지 어느 덧 11년.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고은아는 여전히 대중들의 시선이 익숙지 않다. 

인생의 단 한 번뿐일 것 같던 불미스러운 일도 여러 번 겪어내면서 그는 누구나 그러하듯 추스르고 일어나 이 자리까지 왔다. 이제 조금은 나이를 먹어서일까. 덤덤히 자신을 ‘트러블 메이커’라 웃으며 소개하는 고은아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스튜디오에서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난 고은아는 예상했듯 유쾌하고 밝은 기운이 넘쳤다. 그리고 섹시했다. 묘한 언밸런스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그의 첫 느낌이다.

이런 여배우도 있네

주관이 뚜렷하고 솔직한 성격 탓에 오해도 많이 샀다. 친구들에게도 “말을 돌려서 하는 성격이 못 된다”면서 솔직한 것은 좋은데 그 면 때문에 친구들이 “상처가 된다”는 말을 종종하더라고 말했다.

자신은 절대 깍쟁이, 도도한 여배우는 못된다며 힘줘 말하기도. 그러면서 “고은아 같은 여배우도 있네”라는 말을 듣는 것. 이것이 그가 가장 바라는 대중들의 반응이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전 여배우과는 아니에요. 모두에게나 쿨한 옆집 언니 정도 같은. 아파트 이웃주민들은 저를 반상회장 쯤으로 봐요. 슈퍼 아주머니, 경비아저씨하고도 편하게 인사하고 수다도 떨고 하죠. 이토록 편한 저의 성격을 악용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을 땐 좀 그렇기도 하지만요”

스물 일 곱 고은아는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인간관계, 일, 사랑 등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젊은 이십대의 나날을 보내 온 건 이제 지나간 일들이니 서른 즈음부터는 “자신을 비롯한 모든 일들이 평화로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내고 털털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대중들의 오해가 참 많이 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고은아는 “삶도 일에도 경계 없이 모두 솔직하길 바라요. ‘오 마이 베이비’만해도 그래요. 완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니까 부스스한 모습이나 잠버릇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 과장 됐어


2009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행사에서 입은 노란색 드레스는 고은아 섹시 이미지를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앳된 얼굴과는 비교가 되는 성숙한 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그에게 쏟아진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으리라.

그 당시를 회상하던 고은아는 “완전 과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제 가슴에 대해 대중들이 갖는 기대치가 큰 것 같아요. 더 크신 분도 많은데”라며 폭소했다. 이어 “글래머러스한 면이 많이 부각되다 보니 시선에 대한 부담이 생겼어요. 평소에는 헐렁한 티를 입고 다녀요. 라인을 감추려고요”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피가 되고 살이 된

오랫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섹시’ 이미지는 늘 부담이었다. 문제의 노란색 드레스로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이십대 초반에 놓친 역할들이 참 많았다. 지금에 와서야 교복을 입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통통 튀는 풋풋한 모습의 고은아를 화면에 담아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꼬리표 떼기 작업은 영화 ‘스케치’(감독 이혁종)를 선택하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스케치’를 통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은 다 했다. 애초 대박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섹시라는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낼 수 있었고, 베드신도 경험했고, 대사가 적어 감정연기에도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시나리오 볼 때부터 대박은 생각 안했어요. 남자들은 기대를 너무 많이 한 것 같고, 주변 여자 분들의 반응은 좋았어요. 지금까지 연기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기도 하고요. 후시 녹음 후 밥을 먹는 자리에서 감독님께 고맙다고 말하면서 펑펑 울었다니까요”

고은아의 연기 갈망은 언제나 컸다. 신인 때는 이로 인해 욕도 많이 먹었단다. 늘 전투적인 자세로 임했기 때문. 같이 오디션을 보러온 배우들의 경계도 심했었다. “감독님 이 역할 제가 연기하고 싶다” “감독님 이건 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들이대기도 했다고.

욕심이 컸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 때는 어떻게든 많은 것들을 이뤄내야 할 시기였기에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털어놨다.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은 여러 상황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여유가 생긴 것.

이는 연기 열정이 작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옷’과 ‘맞지 않는 옷’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거다. 고은아는 “제가 맡고 싶었던 역할이 다른 배우에게 돌아가면 배가 아팠어요. 지금은 편안하게 상대의 연기를 지켜보고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생각의 여유가 생겼죠. 감독님이 제가 아닌 그 배우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테니, 그걸 알고 싶은 거죠. 더 발전해야 하니까”

사랑과 우정 사이


인터뷰 내내 친구들의 얘기도 끊이지 않았다. 열애 의혹을 받은 정준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준영과는 형제처럼 지내요. 웃긴 얘기를 나누기 바쁘죠. 요즘 ‘우결’ 나오는 모습을 보고 ‘여전 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나이가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왔으니 그가 얼마나 한결 같은지도 잘 알고요. 방송을 하게 되면 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걔는 계산적인 애가 못돼요. 솔직한 거 좋아하고 거짓 없이 드러내는 코드가 잘 맞아요. 열애설 얘기는 나올 때마다 코웃음이 나오죠”

“가장 예쁠 때 연애 하고 싶지 않냐”고 묻자 고은아는 “독신주의자 일지도 모른다”는 당황스러운 대답이 내놨다. 열 명 정도 되는 멤버로 구성된 모임이 있는데 늘 우르르 몰려다니기 때문에 연애 상대가 무척이나 싫어할 것이라 했다.

사랑과 우정을 선택해야 한다면 단연코 “사랑”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정준영도 그렇고 열애설이 터지면 자신이 아닌 “상대가 싫어할 것”이라면서 더 이상 이와 같은 문제로 소중한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분방한 고은아는 늘 다음 행보를 궁금증하게 만든다. 때론 아슬아슬하게 보일 지라도 조금 색다른 이 여배우를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지 아니한가.
(사진제공: bnt world)

의상: 스타일난다, 락리바이벌, 드랑
헤어: 보이드 by 박철 수경 팀장
메이크업: 보이드 by 박철 예나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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