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급차 안 비켜주는 당신, 세월호와 얼마나 다른가

입력 2014-05-16 20:33   수정 2014-05-17 07:49

국가개조의 올바른 방향- 3 <끝>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애를 먹고 있다. 유 전 회장을 따르는 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검찰 수사와 법집행 거부를 선언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순교 불사”까지 외치며 공권력에 도전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관련 규정을 모조리 어기고 과적을 일삼아온 청해진해운에 있다. 사실상 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는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도 이들은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해경과 그 상급 부서인 정부, 청와대에 책임이 있을 뿐, 유 전 회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종교 탄압을 운운하고 있다. 참으로 황당한 궤변이요 광인의 단말마다.

공권력 무시가 당연시되는 사회

일각에서는 그저 ‘광신도’들의 정신나간 행동 정도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일탈행동이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자양분을 받고 자라난, 싸구려 민주주의의 썩은 적폐가 그저 드러났을 뿐이다. 공권력과 법치질서에 대한 거의 무의식적인 반감과 무시가 바로 그것이다. 싸구려 민주주의는 공화적 질서와 결코 병립할 수 없는 원심력적 무정부적 파괴적 사고습관을 머리 속에 박아놓았다. 무엇이든 정치로 바꿔치기만 하면 모면돼 왔다. 검찰 수장이었던 채동욱조차 ‘나를 탄압하려는 음모’라고 맞서지 않았나.

사실 대한민국만큼 공권력이 무시되는 곳도 없다. 명백한 불법시위를 벌이면서도 이를 저지하는 경찰을 우롱하고 심지어 폭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경찰이 물리력이라도 행사할라치면 자유와 인권을 말살하는 독재권력의 하수인이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또 그런 주장이 먹힌다. 공권력 집행과정에서의 사고를 악의적으로 침소봉대해 공권력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부추기는 세력도 넘쳐난다. 경찰은 그저 긁어 부스럼 나지 않을까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무자비할 정도로 엄정한 법집행으로 상징되는 선진국 경찰은 그저 먼 나라 얘기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와 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한 기억이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자신의 주장과 이해관계에 반하는 공권력은 다 불법 부당하고 자신은 마치 무슨 민주투사라도 되는 양 떠벌린다.

법질서 안전의식도 총체적으로 결여

공권력에 대한 의식이 이러니 취객이 경찰서를 때려부수고 음주단속 경관을 차에 매달고 달아나는 일이 발생한다. 도로는 과속과 과적 신호위반으로 무법천지다. 그러면서도 정작 분초를 다투는 앰뷸런스에 길을 비켜주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제때 적절한 처치를 받았으면 살았을 환자가 사망하는 확률을 ‘예방가능 사망률’이라고 한다. 한국은 35%로 미국 일본의 15~20%보다 훨씬 높다. 구급차에 길만 제대로 터줘도 이 수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를 방종으로 오해

실종된 것은 공권력과 법질서뿐이 아니다. 안전의식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사고 후 다중이용시설 곳곳에서 화재대피 훈련이 실시되고 있지만 참가율은 3분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 사고가 터지면 정부만 공격하면 그만이다. 정작 자기 책임은 없다. 모두가 제멋대로다. 법과 규정, 질서와 안전의식은 총체적으로 부재다. 공화주의적 책임의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사회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과도한 정치화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툭하면 정치탄압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의 편리한 셈법이 사회 곳곳에 침투한 결과다. 민주화를 마치 방종과 동의어인 양 생각한다. 많은 이가 세월호와 구원파 신도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하지만 그들과 한국인은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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