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우 기자 ]
“뒤척이지 않고 편안하게 꿀잠 주무시고 싶지 않으세요? 이 베개로 한번 바꿔 보세요.”
지난 8일 밤 홈쇼핑채널 CJ오쇼핑에서 판매된 인체공학 베개 ‘가누다’. 베개 하나에 19만8000원으로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지압부가 달려 있어 경추를 지지하고 기도를 확보해 준다”는 쇼호스트의 설명에 주문전화가 밀려들었다. 가누다 베개는 작년 8월 이후 CJ오쇼핑을 통해서만 8만7000여세트, 220억원어치가 팔려 나가는 ‘대박’을 쳤다.
‘잠 못 드는 한국인’이 늘면서 이들에게 ‘편안한 잠을 파는’ 수면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민경 CJ오쇼핑 상품기획자(MD)는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데다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목·어깨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숙면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의 숙면용품 매출은 불황이 무색할 만큼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올 1분기 1000만원 이상 고가 기능성 침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3% 뛰었다. G마켓에선 같은 기간 수면안대 매출이 69%, 귀마개는 91%, 매트리스는 39% 늘었다. 수면전문클리닉에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환자가 몰리면서 전국 50여곳이 성업 중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수면과 경제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수면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각각 230억달러(약 23조5000억원), 6160억엔(약 6조2000억원)에 달했다. 고도담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수면시장은 이제 태동 단계지만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급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