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세월호 국정조사 반드시 해야하나

입력 2014-05-16 21:30   수정 2014-05-17 07:46

[ 김우섭 기자 ] 국회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세월호 국정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일 국회에 여야 공동 명의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조사위원회 구성과 조사 범위 등을 담은 국정조사 계획서를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계획서가 국회에서 의결되면 세월호 조사위원회는 곧바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 같은 세월호 국정조사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 진영은 세월호 국정조사를 통해 사고 초동 대응과 처리 과정에서의 정부 시스템 붕괴, 여객선 불법 증축 등 총체적 부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진영은 국정조사가 ‘사회적 갈등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여야의 소모적 대립만 부추길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찬성론을, 한세억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가 반대론을 폈다.

찬성 진상규명은 ‘국민의 명령’…사후대책 마련 위해 필수

위기관리 시스템 붕괴 등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 (헌법 제7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10조)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헌법 제34조)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헌법 제66조)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와 대통령의 책무를 이같이 규정했다. 이는 동시에 국민의 권리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다. 여객선 침몰 사고는 사상 초유의 인재 사고로 정부의 기능은 철저히 마비됐다. 정부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 국민은 불법 개조 여객선이 버젓이 취항하고, 정확한 탑승자 수도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에 비통한 마음뿐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여객선 침몰 사고가 국가안보 업무가 아니라는 변명과 협소한 인식을 보여 국민을 분노케 했다. 재난관리 총괄부처인 안전행정부 장관조차 방송을 보고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고 한다.

사고의 초동 대응과 처리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안행부, 국무총리실 등 관련 기관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은 정부 기능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국민은 왜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의 붕괴가 발생했는지 밝혀주기를 원하고 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진상 규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국정조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객선 침몰 사건처럼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특정 사안’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다. 헌법 제61조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중차대한 현실 앞에서 여야가 합의해 18인으로 구성하는 국정조사 특위에서는 침몰의 직·간접적 원인 규명, 사건 초기 제주 및 진도 관제센터·119구조대·안행부·해수부·해경·국정원·총리실·청와대·국방부·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 등의 초기 신고 상황과 대응의 적절성 여부, 청해진해운이 침몰 과정에서 승객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 해경·해군·119구조대 등 구조작업의 적정성 및 진행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위기관리 매뉴얼 작동 여부, 해운조합 등과의 유착관계, 여객선 규제완화 과정과 문제점 등을 규명해야 한다. 안행부의 전반적인 안전정책 점검,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범정부대책기구의 역할, 검경의 수사과정에 나오는 관련 회사와 해경 등의 사고 은폐 축소 의혹 등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상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거 국정조사 실시 과정에서 나타난 증인·참고인·조사 대상 기관 선정 등 합의의 어려움, 정부 여당의 소극적 태도와 불필요한 정쟁 유발, 국정조사 활동의 격한 대립과 파행 가능성,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불발 등을 이유로 국정조사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처럼 정치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음을 겸허히 수용한다. 하지만 이번 여객선 침몰 사건은 국가의 초대형 재난사고이자 인재 사고다. 이번 국정조사는 사고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과 제도 개선, 그리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 안전문화 확산과 안전 국가를 만들기 위한 시작으로 그 의미가 크다.

김현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반대 정치권 소모적 대립 불보듯…철저한 검찰 수사가 먼저

‘사회적 갈등의 정치적 해결’ 이번에도 실패할 것

지난 12일 여야는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 공동 발의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국정조사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동안의 국정조사가 변죽만 울리고 소모적인 정쟁으로 치닫는 등 해악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는 국민주권의회주권권력분립 사상의 실현을 위한 독립적 국회 권한이다. 기능상으로는 국회 고유의 입법·예산 심의 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보조적 권한이다. 국민기본권 실현 수단이자 알 권리의 실현을 위해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전가의 보도처럼 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죽하면 국정조사 위원을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할까. 국회의원들이 국정조사에서 제 기능과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국정조사를 돌이켜보면 결과는 실망스럽다. 국정조사는 제13대 국회부터 제18대 국회까지 총 22건 실시됐다. 이 중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국정조사는 절반도 안 된다. 19대 국회에서 이뤄진 공공의료 국정조사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무리돼 비판을 받았다.

또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보안과 기밀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를 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위원들의 막말과 고함, 욕설 등 전형적인 구태로 얼룩지면서 오히려 여야의 소모적 대립 양상만 드러났다. 검찰 조사나 행정적 조치로 풀지 못하는 사회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국정조사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결국 국정조사는 정치권과 국민의 갈등만 키운 셈이 됐다. 게다가 핵심 증인의 부실 답변이나 정치 공방으로 변질하면서 여야 모두 사실 검증을 하지 못한 채 일방적 주장만 늘어놓았다. 합리적 검증보다는 맹목적 공방의 연속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마치 국선변호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증인을 감싸고 두둔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범죄자인 양 몰아붙였다. 무려 50일간 당리당략에 빠진 허송세월 끝에 겨우 청문회를 진행했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히 밝혀낸 게 없었다.

국정조사 최종일에 여야는 결과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국민의 요구 수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후진적 정치 행태를 TV 생중계로 지켜보는 국민을 짜증나게 하면서 국정조사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국정조사 실시 이전에 여야 정치권이 진심으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는 철저한 검찰 수사가 먼저다. 검찰은 억울한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낱낱이 밝혀내되 정관계에 이르기까지 비리 및 비호 세력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범죄 혐의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관피아(관료+마피아)’ 등 뿌리 깊은 행정 ‘적폐’를 도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 국정조사는 검찰 수사가 부딪히는 벽과 미흡한 부분에 대한 대안적 활동, 검찰 수사 이후 대책 마련 등 국가 개조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할 경우 조사위원회 진행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기 위주의 일회성·폭로성 질의를 경계해야 한다. 또 예비조사와 검증, 전문인력 보좌 등의 제도를 적극 활용해 국정조사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정조사가 의혹과 의문을 해소,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지 못한다면 소모적인 정쟁과 국민적 갈등만 더 키우게 될 것이다.

한세억 <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 >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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