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술 마신 뒤 사우나 좋을까, 나쁠까

입력 2014-05-17 03:06  

알아야 건강, 이것이 궁금하다


세계 각국에는 숙취 해소를 위한 다양한 민간요법이 있다. 보드카의 나라인 러시아 사람들은 과음 후 영양과 수분 보충을 위해 양배추 수프를 먹는다. 위스키의 본고장 영국은 레몬을 반으로 잘라 겨드랑이에 문지르면 숙취가 해소된다고 믿는다.

맥주의 나라 독일은 청어가 숙취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또 어떤 나라에서는 냉수샤워, 과일주스, 녹차 음용 등이 숙취 해소를 위한 민간요법으로 사용된다. 핀란드 사람들은 과음한 다음날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방법으로 숙취를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2005년 영국의 의학저널에 실린 ‘숙취 해소를 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방법으로도 숙취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숙취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알코올 섭취를 전혀 하지 않거나 적절하게 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핀란드와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사우나의 숙취 해소 효과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숙취 해소에 사우나가 도움이 된다는 상식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사우나를 할 경우 땀을 많이 흘려 숙취를 일으키는 나쁜 물질을 배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그 방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우나로 인한 탈수 때문에 음주 후 사우나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사우나는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은 내릴 수 없다. 충분한 수분 섭취 없이 하는 사우나는 탈수로 인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의학계에선 대체로 건강에 해롭고 혈관성 두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본다.

물론 술을 마신 뒤 사우나를 통해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거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등의 효과를 얻는 사람도 있다. 다만 과음했을 경우 체내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평소보다 수분이 더 많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탈수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충분한 수분 섭취 없이 사우나를 계속 한다면 탈수 효과가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 이는 저혈압, 부정맥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당뇨·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합병증 위험이 더 높아진다.

과음한 사람들은 영양과 수분섭취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평소보다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특별한 자각 없이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은 분명히 해롭다.

정세영 <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임상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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