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관계 1979년 전쟁 후 최악
[ 베이징=김태완 기자 ] 중국의 일방적인 남중국해 석유 시추로 촉발된 베트남의 반중(反中)시위로 양국 관계가 1979년 중·베트남 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18일 대규모 반중시위가 계속됐고, 중국 외교부는 이날 베트남과의 교류를 일시 중단한다고 선포하고 전세기 등을 동원해 자국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 자칫 제2의 중·베트남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날 자국민에게 폭력시위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중국에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설치한 석유시추 시설을 즉각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중국의 석유 시추는 베트남의 주권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동”이라며 “즉시 석유 시추시설을 철수시키고 외교적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해양석유총공사는 지난 1일 베트남 해안에서 240㎞ 떨어진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인근에 석유 시추 시설을 설치하면서 분쟁의 불씨를 지폈다. 베트남은 이곳이 배타적 경제수역 내 지역이라고 반발했지만 중국은 자신들의 고유 영토라고 맞섰다. 베트남은 중국의 이번 행동이 중국과 아세안이 2002년 맺은 ‘남중국해 당사자 행동선언(DOC)’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DOC 5조는 ‘남중국해에서 관련국들은 분쟁을 야기하거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베트남은 특히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작년 10월 베트남을 방문,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자원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뒤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축구장 크기의 10억달러짜리 석유 시추 설비를 설치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며 “이는 중국이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을 방증하는 셈이어서 베트남 시위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사군도는 1974년 중국이 무력으로 베트남으로부터 빼앗은 뒤 영유권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그러나 석유 시추를 계속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또 이미 3000명의 베트남 내 중국 교민을 귀국시킨 데 이어 이날 5척의 선박과 전세기 등을 추가로 보내 교민들의 귀국을 서두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국민의 베트남 여행에 대해 ‘일시적 금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베트남 여행상품 판매도 전면 중단시켰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궈성쿤 중국 공안부장은 전날 베트남 공안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양국 협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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