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B 컨트롤타워 만들고 은행·보험 점포 한곳에 모을 것
[ 박한신 기자 ]
“내부 경쟁의 시기는 끝났다. 협업의 시대가 왔다. 개인영업과 기업영업 분야가 협력하는 ‘PIB(PB+IB) 전략’ 없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PIB 전략’을 주된 영업전략으로 제시했다.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B(프라이빗뱅킹) 업무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IB(투자은행) 업무를 결합해 개인과 기업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PIB 전략만이 수익성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조직과 영업점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기업과 기업 임직원 함께 상대해야”
김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본사에서 열린 ‘하나금융 PB 영업전략 공유대회’에 참석해 PIB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지주사 산하 350여명의 PB와 IB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다.
그는 우선 “하나금융 PB와 IB가 지금까지 얼마나 안일하게 영업해 왔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기 업무에만 안주해 하나금융그룹 전체에 대한 기여는 도외시했다는 것. 그는 “기업에는 법인 외에도 기업에 소속된 임직원이 있다”며 “이 중 IB는 법인만을, PB는 임직원만을 상대하는 등 협업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IB가 업무 때 알게 된 개인 고객을 PB에 연결해 주고, PB가 법인을 IB에 소개해주는 협업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기업공개(IPO) 담당자들은 PB들에게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을 소개해주고, PB는 고객의 자녀가 스타트업(신생 벤처회사)을 한다는 정보를 얻으면 IPO 담당자에게 연결해 줘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예까지 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고객 자금 20여억원을 관리하다가 △기업 영업 부서와 연계해 고객이 대표로 있는 법인 자금 약 4000만달러를 유치한 후 △다시 1000억원에 이르는 부동산 매입 컨설팅을 신탁부에 연결해 준 성공사례가 이날 발표됐다.
○“핵심 성과지표는 의미 없다”
김 회장은 PIB 전략 구현을 위해 조직 및 영업점을 개편할 계획이다. 현재 PB는 리테일영업그룹에, IB는 기업영업그룹에 각각 속해 있다. 이를 연결할 상위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점포전략도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는 “건물 확보가 비교적 쉬운 지방부터 같은 건물에 은행 증권사 보험사 영업점을 모아 진정한 원스톱 서비스를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 CEO가 회사 일을 보러 와서 곧바로 상속증여센터에 들르는 등 IB와 PB업무를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내부 경쟁 위주인 현재의 평가시스템을 확 뜯어고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지금까지는 자기 분야의 성과만 측정했지만, 앞으로는 그룹 전체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함께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현재의 평가제도인 핵심성과지표(KPI)는 예금, 대출, 펀드판매, 외환, 신용카드 등 모든 업무를 골고루 잘해야 좋은 점수를 받도록 돼 있다”며 “이러다 보니 큰 시야가 사라지고 직원 간 내부 경쟁만 치열해진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그룹 전체 이익에 기여하는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제도를 고치겠다고 덧붙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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