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선표 기자 ]
“저기 보이는 저 돌무더기가 바이킹들의 무덤이에요. 우리 조상에게 피오르 저 편은 신과 죽은 자들에게만 허락된 땅이었기에 이곳에 왕과 귀족들의 무덤을 만들었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감싸는 점핑 슈트에 몸을 밀어넣고 그 위에 주황색 구명조끼를 걸친다. 두툼한 털모자에 장갑까지 갖춘 뒤에야 10인승 보트에 오를 수 있다. 피오르 사파리가 시작됐다. 길이 204㎞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송네 피오르. 그 지류인 네뢰위 피오르부터 시작해 수백만년 전 빙하가 처음으로 움직임을 시작한 피오르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노르웨이의 자연을 즐기는 법
피오르는 북유럽 전체를 덮고 있던 빙하가 내륙 깊숙한 곳부터 바다와 맞닿은 해안까지 쓸고 내려간 발자취다. 빙하의 흔적을 따라 수백m 높이의 U자형 협곡이 이어졌고 그 안을 바닷물이 채웠다. 피오르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울’이다. 산 정상에 남아 세상을 굽어보는 수백만년 전의 만년설부터 산을 빼곡히 채운 짙푸른 침엽수까지 지상의 모든 것들이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검푸른 피오르의 수면 위에 그대로 비친다. 노르웨이에 처음 발을 딛는 여행객들이 피오르를 접하는 손쉬운 길은 피오르관광청이 운영하는 여행상품 ‘넛셀(Nutshell)’이다. 특히 기차와 버스, 배를 번갈아 오르며 오슬로에서 뮈르달~플롬~구드방엔~보스~베르겐까지 여행할 수 있는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 가장 대표적인 코스다. 1340크로네(약 23만원)면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송네 피오르까지 둘러볼 수 있다.
영화 ‘겨울 왕국’의 모델 베르겐
대부분의 피오르 여행객들이 여정의 출발점으로 삼는 항구 도시 베르겐은 중세 유럽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동화 속 마을이다. 12~13세기 노르웨이 수도였던 베르겐은 14~16세기 200여년 동안 한자동맹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 무역의 중심지였다. 피오르와 맞닿아 있는 옛 부두 브뤼겐에는 독일 상인들이 머물던 목조 건물 60여채가 남아 있다. 1702년의 대화재로 인해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고 다시 세워진 것들인데 중세 유럽의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다.
브뤼겐의 건물 1층에는 대부분 카페와 기념품 상점이 들어섰고 2, 3층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쓰인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자 자그마한 작업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예술가는 “나무에 대구 냄새가 배어 있어 지금도 작업실에서 흐릿한 비린내가 난다”며 “겨울에도 불을 땔 수가 없어서 매우 춥지만 그래도 임대료는 다른 곳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1년 내내 축제로 가득한 도시
베르겐은 365일 중 275일이 비가 내리는 차가운 겨울 도시다. 베르겐 여성들이 “매일같이 비가 내리는 통에 제대로 멋을 부릴 수 없다”고 투덜거리는 이유다. 하지만 5월이 시작되면 베르겐은 화창한 날씨와 선선한 기후를 자랑하는 축제 도시로 탈바꿈한다. 베르겐에 도착한 다음날도 새벽부터 울려퍼지는 베르겐 마라톤 대회의 안내 방송과 음악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베르겐을 대표하는 축제는 100년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베르겐 국제 페스티벌’이다. 올해 축제는 오는 21일부터 6월4일까지 개최된다. 문화 축제와 함께 22~31일에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재즈음악 축제인 ‘베르겐 나이트재즈 페스티벌’도 열려 감미로운 재즈의 선율에 온 도시가 젖어든다.
여행팁
여름철 노르웨이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다. 여름철에는 백야현상으로 밤 11시가 돼야 어스름이 내리고 새벽 3시만 돼도 뿌옇게 해가 떠오른다. 북구의 따가운 햇살을 피하려면 선글라스는 필수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에선 유로가 아니라 자국 화폐 ‘크로네’를 사용한다. 인천공항 환전소에는 크로네가 많지 않아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환전해 두는 것이 좋다. 1크로네는 약 177원.
물가는 매우 비싸다. 생수 500mL 한 병이 슈퍼마켓에서 4000원 정도, 길거리 노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1만원 정도다. 시간을 두고 오슬로와 베르겐을 여행하려면 오슬로 패스와 베르겐 패스를 사는 것이 좋다. 패스가 있으면 시내 박물관 대부분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지하철, 전차, 버스, 보트 등 대중교통 수단을 정해진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베르겐=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저기 보이는 저 돌무더기가 바이킹들의 무덤이에요. 우리 조상에게 피오르 저 편은 신과 죽은 자들에게만 허락된 땅이었기에 이곳에 왕과 귀족들의 무덤을 만들었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감싸는 점핑 슈트에 몸을 밀어넣고 그 위에 주황색 구명조끼를 걸친다. 두툼한 털모자에 장갑까지 갖춘 뒤에야 10인승 보트에 오를 수 있다. 피오르 사파리가 시작됐다. 길이 204㎞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송네 피오르. 그 지류인 네뢰위 피오르부터 시작해 수백만년 전 빙하가 처음으로 움직임을 시작한 피오르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노르웨이의 자연을 즐기는 법
피오르는 북유럽 전체를 덮고 있던 빙하가 내륙 깊숙한 곳부터 바다와 맞닿은 해안까지 쓸고 내려간 발자취다. 빙하의 흔적을 따라 수백m 높이의 U자형 협곡이 이어졌고 그 안을 바닷물이 채웠다. 피오르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울’이다. 산 정상에 남아 세상을 굽어보는 수백만년 전의 만년설부터 산을 빼곡히 채운 짙푸른 침엽수까지 지상의 모든 것들이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검푸른 피오르의 수면 위에 그대로 비친다. 노르웨이에 처음 발을 딛는 여행객들이 피오르를 접하는 손쉬운 길은 피오르관광청이 운영하는 여행상품 ‘넛셀(Nutshell)’이다. 특히 기차와 버스, 배를 번갈아 오르며 오슬로에서 뮈르달~플롬~구드방엔~보스~베르겐까지 여행할 수 있는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 가장 대표적인 코스다. 1340크로네(약 23만원)면 노르웨이에서 가장 긴 송네 피오르까지 둘러볼 수 있다.
영화 ‘겨울 왕국’의 모델 베르겐
대부분의 피오르 여행객들이 여정의 출발점으로 삼는 항구 도시 베르겐은 중세 유럽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동화 속 마을이다. 12~13세기 노르웨이 수도였던 베르겐은 14~16세기 200여년 동안 한자동맹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 무역의 중심지였다. 피오르와 맞닿아 있는 옛 부두 브뤼겐에는 독일 상인들이 머물던 목조 건물 60여채가 남아 있다. 1702년의 대화재로 인해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고 다시 세워진 것들인데 중세 유럽의 건축양식을 살펴볼 수 있다.
브뤼겐의 건물 1층에는 대부분 카페와 기념품 상점이 들어섰고 2, 3층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쓰인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자 자그마한 작업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예술가는 “나무에 대구 냄새가 배어 있어 지금도 작업실에서 흐릿한 비린내가 난다”며 “겨울에도 불을 땔 수가 없어서 매우 춥지만 그래도 임대료는 다른 곳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1년 내내 축제로 가득한 도시
베르겐은 365일 중 275일이 비가 내리는 차가운 겨울 도시다. 베르겐 여성들이 “매일같이 비가 내리는 통에 제대로 멋을 부릴 수 없다”고 투덜거리는 이유다. 하지만 5월이 시작되면 베르겐은 화창한 날씨와 선선한 기후를 자랑하는 축제 도시로 탈바꿈한다. 베르겐에 도착한 다음날도 새벽부터 울려퍼지는 베르겐 마라톤 대회의 안내 방송과 음악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베르겐을 대표하는 축제는 100년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베르겐 국제 페스티벌’이다. 올해 축제는 오는 21일부터 6월4일까지 개최된다. 문화 축제와 함께 22~31일에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재즈음악 축제인 ‘베르겐 나이트재즈 페스티벌’도 열려 감미로운 재즈의 선율에 온 도시가 젖어든다.
여행팁
여름철 노르웨이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다. 여름철에는 백야현상으로 밤 11시가 돼야 어스름이 내리고 새벽 3시만 돼도 뿌옇게 해가 떠오른다. 북구의 따가운 햇살을 피하려면 선글라스는 필수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에선 유로가 아니라 자국 화폐 ‘크로네’를 사용한다. 인천공항 환전소에는 크로네가 많지 않아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환전해 두는 것이 좋다. 1크로네는 약 177원.
물가는 매우 비싸다. 생수 500mL 한 병이 슈퍼마켓에서 4000원 정도, 길거리 노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1만원 정도다. 시간을 두고 오슬로와 베르겐을 여행하려면 오슬로 패스와 베르겐 패스를 사는 것이 좋다. 패스가 있으면 시내 박물관 대부분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지하철, 전차, 버스, 보트 등 대중교통 수단을 정해진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베르겐=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