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E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방식이 정권의 입김 아래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간 해당 방송사들을 둘러싸고 '낙하산 사장' 논란, '보도 외압' 논란 등이 끊임없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KBS 내부에서 청와대와 사장의 보도 개입에 대한 직접적인 폭로전이 벌어지면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양상이다.
KBS 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19일 오후 제작거부에 돌입했으며, 앞서 보도국 부장들과 지역총국 부장들도 일제히 보직 사퇴를 하고 사장 퇴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또 KBS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 4인은 이날 KBS이사회에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건에서 "길환영 사장은 사사건건 개입해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짓밟아 왔다"면서 "KBS의 독립성을 최일선에서 지켜야 하는 최고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독립성을 스스로 침해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KBS는 21일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길 사장 해임제청안의 상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KBS 사장은 바로 KBS이사회가 뽑는다.
KBS의 상급기관인 KBS이사회가 사장 후보자 1인을 선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는 방식으로 선임한다.
그런데 KBS이사회 자체가 여당 추천 이사, 야당 추천 이사로 갈린다.
총 11명 중 다수인 7명이 여당 추천 이사이고, 소수인 4명이 야당 추천 이사다.
이렇게 여야가 7 대 4로 갈리는데 의결 방식은 재적 과반수 찬성이기 때문에 여당 추천 이사들의 합의만으로도 안건이 처리될 수 있다.
MBC 사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선임한다.
방문진은 총 9명의 이사로 구성되며 이중 6명이 여당 추천 이사, 3명이 야당 추천 이사다.
역시 재적 과반수 동의로 안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여당 추천 이사들이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다.
이런 KBS이사회와 방문진의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추천하는데, 방통위는 대통령·여당 추천 위원 3인, 야당 추천위원 2인으로 구성된다.
EBS는 이사는 물론, 사장도 방통위가 임명권을 갖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에 대한 문제는 KBS이사회와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들,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른바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해서는 재적 과반수 동의가 아닌 재적 3분의 2 또는 5분의 4 동의에 의한 사장 선임(특별다수제)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또는 여야 동수로 이사회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매번 문제만 제기될 뿐 해결책을 향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국회는 지난해 4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기 위해 방송공정성특위를 결성했지만 7개월간 성과 없이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특별다수제 도입과 함께 방통위에 대통령 추천 몫의 위원을 없애고 여야가 추천하자는 제안 등이 나왔지만, 현재의 의결방식을 개정하면 의사구조를 왜곡하고 지연시킬 수 있다는 반발 등이 나오면서 여야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일에야 국회는 KBS 사장 인사청문 의무화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모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개정안에서는 ▲ 당원 신분을 상실한 지 3년이 넘지 않은 사람 ▲ 선출직 공무원을 그만둔 지 3년이 넘지 않은 사람 ▲ 대통령선거 캠프에서 자문이나 고문 역할을 그만둔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 대통령직 인수위원직을 상실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사람은 KBS 대표이사와 이사에 임용될 수 없게 했다.
국회는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대선 캠프 구성원을 그만둔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EBS와 MBC의 사장, 방문진의 임원이 될 수 없게 하는 내용의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한 KBS 국장급 관계자는 "이번 KBS 사태를 계기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구조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하루빨리 개선책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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