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로버, 할리우드 겨냥 美 배급사 손잡고 마케팅 성공
개봉 4개월 만에 순익 360억원…국내 애니 사상 최대
[ 유재혁 기자 ] 지난 1월 미국에서 처음 개봉한 한·미 합작 3D(3차원)애니메이션 ‘넛잡:땅콩도둑들’이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제작사 레드로버의 수익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넛잡’은 지난 1월17일 미국 34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지금까지 6500만달러(약 664억원)의 관람료 수입을 올렸다. 미국을 제외한 140개국에서도 순차적으로 상영 중이며 약 6500만달러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DVD와 VOD(주문형비디오) 등 부가판권 매출이 9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총매출이 2억2000만달러(약 224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서 각국 배급 및 마케팅비 7200만달러, 제반 수수료 및 비용 6600만달러, 제작비 4500만달러를 뺀 순이익은 3700만달러(약 378억원)로 추산된다. 수익률은 82%다.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수익일 뿐 아니라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부문을 통틀어 한국 3D영화로는 처음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는 “한국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콘텐츠를 제작한 게 주효했다”며 “특히 품질이 좋아 미국 오픈로드사가 배급 비용을 직접 투자하면서 성공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넛잡’은 뛰어난 품질로 국내 최다 관객 기록을 보유한 ‘마당을 나온 암탉’(2011년)과 비교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넛잡’은 국내에서 47만명을 모아 흥행에 사실상 실패했다. 이에 비해 ‘마당~’은 국내에서 220만명을 모았고 50여개국에 수출됐다. 하지만 ‘마당~’의 국내 극장수입 146억원, 수출 및 부가판권 13억원 등 총매출은 159억원, 각종 비용을 제한 순이익은 20억원에 그쳤다. 따라서 ‘넛잡’의 수익은 ‘마당~’의 15배 이상이다. ‘마당~’은 국내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여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넛잡’은 레드로버가 기획하고 국내 자본을 투자했지만 미국인을 겨냥해 영어로 제작했다.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다람쥐들이 겨울 식량으로 땅콩을 확보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각본은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론 캐머런, 감독은 애니메이션 ‘볼츠와 블립’의 피터 레페니오티스가 각각 맡았다.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빅웨딩’ ‘킬러스’ 등의 여주인공 캐서린 헤이글과 ‘스타워즈’의 리암 니슨 등이 목소리로 출연했다.
특히 북미지역 배급비용 3000만달러 중 한국이 700만달러, 미국 오픈로드가 2300만달러를 부담해 방송광고로 7000여회나 노출됐다. 오픈로드는 미국 1, 2위 극장 체인 리갈과 AMC가 합작해 설립한 주요 배급사. 미국 DVD 등 홈비디오 부문 배급은 할리우드 메이저 유니버설이, VOD 등 스트리밍 판권은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각각 맡았다.
레드로버는 ‘넛잡2’도 오픈로드와 함께 만들기로 합의했다. 오픈로드는 2016년 1월15일 미국에서 이 작품을 개봉한다고 매체를 통해 발표했다. 하 대표는 “‘넛잡2’ 시나리오 작업도 마무리됐다”며 “앞으로 제2, 제3의 성공 스토리를 계속 써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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