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대국민담화 / 공무원 채용 변화] 행시 50년만에 개혁…5급 공무원, 고시·민간 전문가 절반씩 선발

입력 2014-05-19 20:53  

朴 "직무별로 전문가 뽑는 체제 만들것"
고시제 장기적으론 폐지…인재 외면은 '숙제'



[ 강경민 기자 ]
1963년 제1회 행정고등고시가 치러진 이후 고위 공무원을 배출한 통로 역할을 했던 행정고시가 50여년 만에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공직사회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해 ‘고시 순혈주의’에 칼을 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낮은 연봉과 불리한 승진 경쟁 구조 탓에 우수한 민간 경력자를 채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50년 만의 대대적인 행시 개혁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관피아의 폐해를 끊고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공무원 임용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개방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직사회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보다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5급 공채와 민간 경력자 채용을 5 대 5 수준으로 맞춰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올해 5급 행시 공채(행정·기술·지역 분야) 선발 예정인원은 391명이다. 반면 5급 민간 경력 채용 제도 선발 인원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민간 경력자는 당초 부처별로 수시 채용했으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파문으로 2011년부터 안행부에서 1년에 한 번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특정 분야 경력이 3~10년 이상이거나 석·박사 학위 소지자 등이 채용 대상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시 공채 인원이 150명가량 줄어드는 대신 민간 경력자 채용은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무작정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 경력자 채용을 늘리려면 행시 선발 인원을 그만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선발 인원이 이처럼 대폭 줄어드는 건 1963년 제1회 행시가 치러진 이후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행시처럼 한꺼번에 획일적으로 선발하는 현 공채 방식도 장기적으로 폐지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직무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필요한 직무별로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를 뽑는 체제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현재 5급 민간 경력자 채용은 각 부처의 수요 조사를 거친 뒤 행시와 마찬가지로 ‘필기시험-서류전형-면접시험’ 등 3단계의 시험을 거쳐 일괄 선발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각 부처에서 필요할 때마다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 비해 낮은 연봉 걸림돌

민간 경력 채용자들이 공직사회에 진입하면 일선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 지난해 민간 경력자 채용을 통해 선발된 합격자 96명은 평균 8.2년의 관련 분야 경력을 보유했다. 10년 이상의 경력 보유자도 31.2%에 달했다. 실제로 2011년 이후 다목적 정지궤도 위성개발 참여자, 1등 항해사, 아랍 현지 건설 근무자, 원자핵 분야 연구원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지닌 민간 우수 인재가 선발됐다.

문제는 우수한 민간 경력자를 선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8년의 관련 분야 경력을 보유한 민간 경력자가 5급 사무관에 선발되면 초봉으로 월 273만원(5급 8호봉 기준)을 받는다. 지난해 민간 경력 채용 합격자들의 평균 연령은 35.9세다. 지난해 한 부처에 경력 채용으로 선발된 사무관은 “첫 월급 명세서를 보고 이전 직장에 비해 월급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깜짝 놀랐다”며 “이 정도로 박봉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직사회에 들어온 민간 경력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민간 분야에 비해 낮은 처우”라며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좋은 인재를 뽑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민간 경력자가 행시 출신에 비해 승진이 힘들다는 점도 우수 인재들이 공직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다. 5급 민간 경력자는 호봉에 경력을 100% 반영한다. 8년 경력 보유자의 경우 5급 8호봉을 받는다. 5급 임용 후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8.9년이다. 민간 경력자의 경우 공직사회 적응 기간이 최소 1~2년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행시 출신 사무관이 서기관으로 승진하는 데 비해 승진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이사관(3급)까지 승진하는 데 최소 15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40대 초반의 민간 경력자들이 부이사관에 이르면 정년이 임박해 고위 공무원단(1~2급)에 진입할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민간 경력자 선발 제도의 근본 취지가 퇴색돼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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