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 공기업] 줄이고, 멈추고, 깎고…개혁 날개 달았다

입력 2014-05-20 07:11  

재무구조 개선
국가 빚보다 많은 부채
자산 팔고 사업 대폭 축소

신뢰회복 의지
임직원 위기의식 주문
복지비 깎고 핵심가치 바꿔



[ 김재후 기자 ]
공기업들이 뼈를 깎는 개혁 작업에 한창이다.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핵심 국정과제에 공기업 개혁이 포함된 게 직접적인 시발점이지만,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그 원동력이다. 에너지 주택 국민건강 상하수도 등 국가 기반산업을 맡고 있는 공기업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라는 정부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8년 290조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2012년 말 494조3000억원으로 불어나 500조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국가부채(443조70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2008년 133.1%였던 부채비율도 207.5%로 뛰어올랐다.

부채 증가를 공기업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정부가 전기 가스 수도 등 물가와 직결된 요금을 묶어 놓은 데다 4대강 사업, 전력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해외자원개발 사업 등 정부 시책에 공기업을 동원하면서 비롯된 경우도 많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공기업이 방만경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책사업을 시행한다는 명목 아래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복지를 과다하게 늘렸다. 해마다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기업 방만경영 사례들이 도마 위에 올려져 질타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공기업들의 새 출발선은 자산 매각과 수익성이 낮은 사업 철수, 복리후생비 축소를 포함한 경영 합리화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내놓는 전시성 발표가 아니라 ‘이번엔 다르다’는 임직원들의 개혁 의지가 깔려 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3년 후인 2017년까지 14조7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감축하기로 했다. ‘팔 수 있는 건(자산) 다 팔고, 줄일 수 있는 건(원가) 다 줄인다’는 목표다.

올초 구성한 ‘한전경영혁신추진단’이 개혁의 컨트롤타워를 맡았다.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와 LG유플러스 지분 매각, 직원 복리후생비 축소 등의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목표대로 되면 한전의 2017년 순이익은 2조2021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현재 0.2배에서 1.8배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까지 10조5262억원의 부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부채비율이 385%에서 249%로 대폭 떨어지며 재무적으로 우량한 회사가 된다. 직원 복리후생 제도는 9월 말까지 개선해 발표키로 했다.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은 방만경영 해소는 물론 세월호 참사로 떠오른 안전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올초 수립한 107개 경영 개선과제를 달성할 때까지 중간평가를 하면서 점검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발전회사 최초로 발전소마다 맞춤형 안전 지침서 및 행동요령을 작성해 배치하고, 전문안전감리제도를 공기업 최초로 운용 중이다.

한국중부발전은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 비중이 현재 10.6%로 발전공기업 중 최저인데도 이를 8%대로 더 낮추기로 했다. 현장의 발전소 중심 공기업으로 특화하겠다는 얘기다.

한국석유공사는 떠오르고 있는 차세대 에너지 셰일가스의 자립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공단의 경영이념과 방침, 핵심가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혁신 의지를 다졌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국내 민간기업과 경쟁하지 않고 수익사업을 찾아 멕시코 등 남미와 동남아시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국민 건강복지 증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비상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인사와 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를 ‘스마트 신경영’ 원년으로 선포하고 이행 중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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