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접근성·교육·문화 등 생활 인프라 뒷받침 돼야
소득 확보한 뒤 농사 도전…귀촌자 모임 적극 활용해야
[ 문혜정 기자 ]
귀농·귀촌을 결심하면 가장 먼저 정착할 지역을 골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땅을 살 때 주변 사람 말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시골 땅값은 시세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고 유통과정에서 거품이 낀 경우도 많아서다.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면 도시에 거주할 때부터 관심 있는 지역을 미리 정해 꾸준히 찾아가 봐야 한다. 정기적으로 시세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준비기간이 길수록 해당 지역의 사정도 잘 알게 되고, 급매물을 잡을 가능성도 커진다.
전원생활에 땅값 상승이라는 ‘덤’까지 추가로 얻으려면 ‘개별 땅’만 보지 말고 ‘지역 전체’에 주목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수려한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도시로의 접근성, 교육·문화 등 생활 인프라도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인근에 문화재가 있거나 전통과 특색이 있는 마을을 택하는 것도 좋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전통 체험이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땅이나 집은 필요한 만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큰 규모를 고집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큰 집은 환금성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귀농(歸農)’에 앞서 ‘귀촌(歸村)’에 먼저 도전하라고 말한다. 귀농이 농사로 생계를 꾸리는 개념이라면 귀촌은 삶의 터전을 시골로 옮겨 전원생활을 누리는 것이다. 귀촌을 했다가 적성에 맞으면 귀농하는 수순이 좋다.
다만 처음부터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면 미리 영농학교에서 농업기술을 익히거나 관심 있는 작물에 대해 공부해 둬야 한다. 주말농장이라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좋다. 영농 계획도 꼼꼼하게 짜 둬야 한다.
농사에 환상을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언론에 등장하는 연봉 1억원대 부농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처음 농사에 도전하는 도시인에겐 언감생심이다. 소일거리 삼아 적당한 크기의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보다 자신과 잘 맞으면 귀농으로 전환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귀농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돈’이라고 지적한다. 생각보다 농사일이 어려운 데다 제대로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귀농 1~3년차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소한의 생활비가 나올 수 있도록 도시에서 미리 소득을 확보한 뒤 귀농·귀촌하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도시에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 등 임대주택을 사둬 고정적인 임대수입을 올리거나 퇴직·개인 연금을 확보했다면 시골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시골사람과 섞여 생활하기도 쉽지 않다. 도시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과 농촌에서만 산 사람들의 행동방식과 생각은 천양지차다. 짧은 기간에 농촌 사람들과 동화되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많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현지 주민들과 빨리 친해지려고 조바심 내는 것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적응하라고 조언한다. 귀농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모임)를 형성하고 친구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씀씀이도 현지 여건에 맞게 줄이는 것이 좋고, 전원생활이 낭만적이라는 막연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시골에선 모기나 쥐, 뱀 등이 많고 겨울을 나기도 힘들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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