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KT 회사채 발행 실패로 産銀 뜻밖의 ‘횡재’

입력 2014-05-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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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회사채 발행 취소 후 4월 초 산업은행서 5000억 대출 받아…명퇴금 지급에 사용한 듯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수십bp 높은 금리로 대출
내달 한신평 평정 결과 본 뒤 회사채 발행 재추진



이 기사는 05월16일(15: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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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자회사의 법정관리 사태로 철회했던 KT가 지난달 산업은행에서 500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신용등급이 AAA로 초우량한 회사가 자회사 문제로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은행에 손을 벌린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6일 “지난 3월 KT가 운영자금 용도로 대출을 신청해와 지난달 초 5000억원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리나 상환 방식 등 구체적인 대출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KT는 지난 3월 만기 도래 회사채 차환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5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과 신용등급 강등 경고 등 연이은 악재로 발행 직전 단계에서 계획을 접었다. KT는 그달 19일 회사채 발행 철회신고서를 내자마자 곧바로 산업은행을 찾아가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량 기업들에 대한 은행들 간의 대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AAA인 KT가 대출을 신청하자 산업은행은 곧바로 대출을 승인해줬다. 대출 금리는 KT와 산업은행이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최대 수십bp(bp=0.01%포인트) 높았을 것으로 투자은행(IB)업계는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KT ENS의 법정관리 사태로 KT는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톡톡히 망신을 당했지만, 이 일로 산업은행은 ‘횡재’를 한 셈”이라며 “이번 대출 건으로 산업은행 해당 기업금융부는 올해 영업 목표치를 벌써 달성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KT는 5000억원의 대출금 상당 부분을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난달 말 전체 직원의 25%에 달하는 8304명을 명예퇴직시켰다. 1인당 평균 1억4000만원이 주어지는 명퇴 조건을 감안하면 명퇴금으로 들어간 자금이 1조16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KT는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 총 31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등 자금 수요가 적지 않지만,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태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3월 KT의 신용등급을 ‘3개월 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50% 이상’이란 의미의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려놓으면서 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KT는 내달 중순 한신평이 실제로 등급을 강등할지 평가 결과를 확인한 뒤 회사채 발행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하헌형/김보영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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