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공제범위 크지만..단기매매로 효과없어
이 기사는 05월16일(14:3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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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으로부터 증여를 받아 제일테크노스 최대주주에 올랐던 나경미 부사장이 2주 만에 동생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단기간 최대주주가 두 차례나 교체되는 혼란이 빚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나주영 제일테크노스 대표는 지난 12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누나 나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30.07%(27만680주)를 사들였다. 이 지분 가운데 대부분(21.69%)은 지난 2일 나 부사장이 남편인 장명식 전 대표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이다. 나 부사장은 최대주주에 오른 지 2주 만에 보유 지분 전량을 동생에게 매각해 50억3000만원(주당 1만8600원)을 손에 쥐었다.
이번 취득으로 동생인 나 대표는 40.3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나 대표는 2001년 이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될 때부터 공동대표로서 회사를 이끌어 왔다. 매형이 2006년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단독대표가 됐다.
업계에서는 가족인 세 사람이 굳이 번거로운 증여절차를 한 번 더 거쳐 지분정리에 나선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처남한테는 지분을, 부인에게는 현금을 남겨줄 목적이었다면 처음부터 처남에게 직접 양도해 차익을 남긴 뒤 처리하는 게 수월하고 효과도 같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세(稅)테크’를 염두에 뒀던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부간 증여를 먼저 한 뒤 매각절차를 거치면 세금공제 혜택이 있어 수억원의 절세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잘못된 세무정보에 따른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부부는 공동재산으로 묶이기 때문에 증여했을 때 공제범위가 큰 건 사실이지만, 이런 형태의 변칙 양도를 막기 위해 증여받은 사람이 5년간 보유한 뒤 팔았을 때만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이번의 경우는 세금 절감 혜택이 없는 만큼 주가변동에 따른 단순 매각이거나 경영구도 변경에 따른 절차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제일테크노스는 1971년 설립된 건축용 바닥재료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 1358억원, 영업이익 37억원, 당기순이익 45억원을 냈다. 장 전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케이테크(지분율 2.8%)와 나 대표 등 특수관계인이 43.22%를 갖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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