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위…5년만에 최악 성적
정부·기업 효율성 떨어져
미국 1위·싱가포르 3위
[ 조진형 기자 ]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지난해보다 4계단 떨어지며 26위로 밀렸다. 2009년(27위)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21일 발표한 2014년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세계 60개국 중 26위에 그쳤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2위를 유지했다가 크게 뒤처진 것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점수를 크게 갉아먹었다. 공공재정(9→24위), 제도적 여건(19→25위), 기업 관련법(39→42위)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정부 효율성 부문 순위가 20위에서 26위로 6계단 추락했다.
기업 효율성 부문도 34위에서 39위로 5계단 후퇴했다. 연평균 근로시간(3위), 공개기업 수(9위) 등은 강점 요인으로 평가됐지만 회계감사 적절성(59위), 노사관계(57위), 시장변화 적응성(56위) 등 고질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다만 경제 성과 부문은 20위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서서히 경기 회복세를 타면서 국내 경제(19→13위), 고용(8→7위) 부문 순위가 높아졌다. 반면 국제무역(14→34위), 국제투자(34→35위) 등은 떨어졌다. 인프라 부문도 전년과 동일한 19위에 머물렀다. 고등학교 수학률(2위),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2위) 등이 높게 평가됐다.
기획재정부는 설문조사 당시였던 지난 2~3월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터진 데다 공공기관 정상화와 규제개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부각된 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을 내놨다.
오상우 기재부 정책기획과장은 “IMD 국가경쟁력 평가결과를 보면 통계지표 순위는 전체적으로 상승한 경우가 많지만 설문지표는 72%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표 개선과 달리 아직 국민들의 체감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IMD는 2014년 한국의 정책과제로 △투자·소비 촉진으로 잠재성장률 유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불균형 축소 △남북관계 관리 △창조경제를 위한 우호적 여건 강화 △동아시아의 다양한 지역무역협정 대처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국가경쟁력 1, 2위는 지난해에 이어 미국, 스위스가 각각 차지했다. 싱가포르가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주변국 가운데선 일본이 24위에서 21위로 오르며 한국을 제쳤다. 중국은 21위에서 23위로 2계단 떨어졌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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