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마트에서 '1+1 행사'가 사라져 식음료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될 것이란 증권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현업 종사자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라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유통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제품을 구입하면 동일한 상품을 한 개 더 주는 1+1 행사가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내수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식음료 업체들의 전체 외형(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 "1+1 사라져 제조업체들 이익개선 기대"…장밋빛 전망?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부증권은 대형마트 할인행사의 80%에 육박했던 1+1 상품 비중이 최근 10% 내외로 급락했다는 분석보고서를 내놓았다. 1+1 행사로 인한 고객 유인효과가 크게 하락했고, 이를 낭비로 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이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식음료업종의 주가그래프 역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이 같은 증권업계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듯 보인다. 음식료업종 주가는 이달 들어서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 증권사 차재헌 연구원은 "최근 대형마트에서 1+1 상품이 도태되고 있는 이유는 집객효과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내수불황이 지속되면서 1개 값으로 2개의 물건을 사는 이 행사를 낭비로 보는 시각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마트 입장에서 보면 이 행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지 않다는 것도 1+1 행사가 점차 줄어들 것이란 근거로 제시됐다.
차 연구원은 "1+1 상품 마케팅은 테이프 포장 등 부가적인 일이 많고,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져 유통업체들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 크게 줄고 있다"며 "아울러 유통법 개정으로 이런 행사에 대한 유통업체와 제조사의 비용 부담이 절반씩으로 엄격히 적용돼 오히려 유통업체의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1 행사로 인해 매출 할인폭이 컸던 음식료 제조업체들의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1+1로 인한 업체간 점유율 경쟁이 점차 약화돼 경영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 "현실 모르는 소리"…식음료株 투자전략은 '개별 모멘텀'
하지만 업계에서는 1+1 행사로 대형마트 등이 큰 수익을 얻는 현재와 같은 유통구조 속에서는 이런 종류의 마케팅이 사라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총 매출에 비례해 수익을 가져가는 현행과 같은 구조 속에서는 무조건 많이 팔면 마트 쪽에게는 더 큰 이익"이라며 "제조사들 사이에서는 과열 경쟁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1+1 행사를 줄이려고 해도 정작 마트에서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1+1 행사는 단기간 시장 점유율을 올리거나 재고소진을 위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주일만 안해도 점유율이 급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제품 수요 감소로 식품업체들의 외형이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별로 주력 제품 위주로 가격인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영업이익 합산 추정치는 하락 중"이라며 "판매관리비를 고려하면 현재의 부진은 제품 수요 부진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식음료주 전체보다는 개별 모멘텀을 고려해 투자전략을 짜야한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식품업계 가격인상 이후 생산량이 크게 위축됐다"며 "식음료주 가운데 개별 모멘텀(상승동력)이 있거나 구조적인 변화가 가능한 종목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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