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산업스파이 갈등,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입력 2014-05-22 20:35   수정 2014-05-23 05:57

미국 정부가 중국군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해킹)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미국에서 중국의 산업스파이 사건은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외국정부 관계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사건이 조작됐다며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미·중 간 산업스파이 갈등이 고조될 경우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걱정스럽다.

영국 FT에 따르면 당장 독일 산업계가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중국의 가장 큰 무역파트너가 바로 독일인 까닭이다. 독일 정보당국은 자국 기업인에게 중국 경계령을 이미 발동한 상황이다. 일본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엊그제 발표된 지식재산 추진계획 원안에 따르면 산업스파이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피해자 고소 없이도 제소할 수 있는 비친고죄로 전환하는 법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국가 개입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국의 산업스파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골칫거리다. 삼성 LG 현대차의 지식재산이 중국의 표적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산업기술유출방지법도 만들었지만 기술 유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출된 기술의 60% 이상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추정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다시 한 번 기술보안에 경각심을 가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강대국 간 산업스파이 갈등이 고조되다 보면 엉뚱한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이 지금은 중국을 표적으로 삼지만 언제 누가 또 걸려들지 모른다. 미국 정보당국이 특히 조심할 국가로 맹방 가운데 이스라엘과 한국을 꼽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일본 역시 기술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기술도 유출된다며 한국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중국이 자국인을 산업스파이로 몰고가는 국가에 맞대응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산업스파이는 국가 간 매우 민감한 이슈다.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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