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자고 홍보할 때는 딱딱한 문구를 쓰는 것보다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색칠하거나 계단 오르기에 소모되는 칼로리를 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계단 오르기란 힘든 ‘일’을 ‘놀이’로 바꿨기 때문이다.
과학교사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과학은 놀이다》는 인간의 놀이 본능을 과학원리로 풀어낸 책이다. 인간은 생존의 문제와 싸우면서도 놀이를 찾았다. 원시인들이 했던 달리기와 숨바꼭질은 생존에 필요한 훈련이었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하위징아는 이런 인간의 본성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호모 루덴스여야 할 아이들이 입시문화 탓에 점점 놀이에서 멀어졌다고 지적한다. 놀이로 충분히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과학을 어려운 공부로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쉬운 사례를 들며 친근하게 과학을 설명한다. ‘바늘구멍에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속담은 좁은 틈에서 유체의 속력이 빨라진다는 ‘베르누이의 정리’와 맞아떨어진다. 이렇게 소개된 과학은 친숙하게 다가온다. 놀이와 과학에 관심 있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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