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실종에 예금 등 실적도 '저조'
[ 김일규/박신영 기자 ]
“은행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였다면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외부에서 온 CEO와 감사 및 임원, 사외이사가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는 걸 보니 일할 맛이 뚝 떨어집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국민은행 직원의 얘기다. 만일 국민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CEO였다면 조직을 생각해서라도 더 신중하게 접근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배어 있다. 그는 “은행 개조 차원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밖에서 온 사람들끼리 왜 싸우나”
CEO 간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은행 직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그렇지 않아도 도쿄지점 부당대출사건 등 잇따른 사건·사고로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의 민원발생평가에서 5등급(불량)을 받아 1200여개 점포에는 ‘불량 딱지’까지 붙었다. 똘똘 뭉쳐도 어려운 마당에 경영진까지 갈등을 일으키니 일선 직원들로선 죽을 맛이다.
직원들은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낙하산 인사를 꼽고 있다. 조직을 잘 모르는 데다 임기가 정해진 사람들이 경영진에 대거 포진하다 보니 조직보다는 개인을 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임 회장은 재정경제부, 이 행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갈등을 촉발한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도 역시 관료 출신이다. 임 회장을 포함해 KB금융지주 임원 10명 중 5명이 낙하산이다.
한 지점 차장은 “외부 출신 임원은 임기를 제대로 채우거나 연임하는 데만 관심이 많고 조직의 사기는 부차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지주사가 그룹의 시너지를 내는 것보다 자회사 장악력을 높이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갈등의 원인이 은행 임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행사하려는 지주사와 이를 막으려는 이 행장 간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수신 국민은행만 ‘나 홀로 감소’
은행 사외이사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은행보다는 인사권을 가진 지주사 경영진의 눈치만 본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직원은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경영진이 먼저 제기한 문제를 무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노조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사퇴를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실 조사가 먼저지만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떳떳하다면 먼저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올 영업 실적은 좋지 않다. 가계대출잔액은 1분기에만 5920억원 줄었다. 중요 여·수신이 감소한 것은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김일규/박신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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