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쿠데타' 태국, 관광객도 통행금지령…'태풍 속 고요'

입력 2014-05-23 10:01  

반정부 시위대로 빼곡히 찼던 태국 방콕 시내 광장에는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거리엔 인파 대신 무장 군인과 군 초소가 들어섰고 태국 시민들은 오후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로 지정된 통행금지령에 따라 귀가를 서둘렀다. 관광객들도 꼼짝없이 숙소에 갇혔다.

23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이 전한 군부 쿠데타 직후 방콕의 모습은 마치 '태풍 속 고요'와도 같았다.

전날 프라윳 찬-오차 육군 참모총장이 쿠데타를 선언한 직후 정규 방송은 중단됐다. CNN, BBC 등 외국 방송도 끊겼고 TV·라디오도 군부의 메시지만 반복했다.

거리의 상점들도 오후 8시께 일찍 닫았다. 어떤 24시간 편의점은 애당초 셔터가 없어 신문지로 창을 붙여놓는 미봉책을 썼다.

방콕의 도로는 러시아워가 아닌 데도 차량으로 가득 찼다. 택시들은 통금 시간인 오후 10시 전까지 시민을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연신 경적을 울려댔다.

통금 시간이 다가오자 시내엔 아예 인적이 사라졌다. 누군가는 '마치 평소의 새벽 3시와 같은 모습'이라고 했다.

방콕 시민들은 대체로 침착했다. 과거 몇 차례나 있었던 쿠데타와 통행제한 조치에 익숙해진 탓인지 긴장감은 찾긴 어려웠다.

한 젊은 태국 여성은 "갈등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끼어들어 이를 끝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군인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20일 계엄령 선포로 군이 시가지에 등장한 이후에도 태국 사회관계망(SNS)에선 '귀여운 병사를 찍어 보여줘'란 사진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방콕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지인들처럼 태연하지는 못하다. 한 네덜란드 관광객은 AFP 통신에 "거리가 너무 고요해 충격적일 정도"라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조금 무섭다"고 말했다.

통금은 관광객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이들은 꼼짝없이 숙소에 갇혀 밤을 보내야 했다.

한 한국인 관광객은 인터넷에 "영화관, 백화점이 8시, 지상철 9시에 영업종료됐다"며 "방콕 밤 문화는 물론 쇼핑의 즐거움도 사라졌다"라는 글을 올렸다.

쿠데타가 하루 지난 23일 아침 신문들은 모두 1면에 군부의 쿠데타 기사를 실었다.

영문 방콕포스트지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이 손을 머리 위로 한 사진과 함께 프라윳 총장이 "옳든 그르든 책임을 질 준비가 됐다"고 한 내용을 머릿기사로 실었다.

현재 태국 TV에선 군부가 소유한 채널에서만 뉴스가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반정부 시위의 근거지였던 룸피니 공원에 나와 운동을 하는 등 평소 같은 모습이다. 태국의 SNS 등은 아직 통제되지 않고 있지만 군부는 '폭력을 부추기거나 군부를 비판하는 내용은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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