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신용·보험정보 집중"…업계 "해킹·악용 우려, '빅 브러더' 될 것"
[ 백광엽 기자 ] 전 국민의 신용이나 질병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한곳에 모은 ‘개인신용정보 집중기관’이 이르면 연내 출범하게 돼 과도하고 위험한 정보 집적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별로 이뤄지고 있는 신용·보험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일원화하는 공적기구 설립 안을 여야 합의로 추진 중이다.
금융권에선 해킹, 내부자의 공모 등으로 정보가 유출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적이다.
○“전 국민 신용·질병정보, 한곳에 집중”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용정보와 보험정보를 일원화해 관리하는 공적기관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협회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분산 관리 중인 정보를 하나의 기구로 집중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통과시켰다.
1억여건의 카드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개인정보 관리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입법 취지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방선거 후 6월 국회에서 입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집중기관 설립에 반대해 온 은행연합회 보험협회 등도 정부의 압박에 손을 들고 축적 중인 정보의 이전에 합의했다. 질병 등 보험정보 2억여건을 관리 중인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대립각을 세워 온 보험개발원 중심의 일원화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정보 빅 브러더’의 탄생?
금융권에서는 카드정보 유출 사태로 크게 당한 정부와 정치권이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무리한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질병 등 민감한 보험정보까지 통합관리하는 것은 ‘개인정보 빅 브러더’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암이나 산부인과 질병, 희귀난치성질환 등의 질병정보가 신용정보와 통합 관리되면 금융거래 시 대출 거부, 금리 인상, 카드발급 거부 등의 불이익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걱정에 대해 금융당국은 “공익성과 경제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며, 보험정보와 신용정보를 방화벽(파이어 월)을 통해 엄격히 분리할 계획”이라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완벽한 정보교류 차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성주호 경희대 교수는 “권력기관이 집중된 정보를 악용하거나, 해킹이나 내부자의 공모를 통해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는 최악의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신용정보와 질병정보 관리를 일원화한 나라는 없으며 프랑스 호주 등은 정보 공유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방안의 장단점을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비교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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