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차기 부총리 문의 많아
정책결정·집행·소통 겸비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요즘 해외에서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오히려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현안을 풀어가려면 최소한 이런 덕목을 갖춘 사람이 경제부총리가 돼야 한다고 권고하는 외국인까지 있다.
한국 경제는 올 1분기까지 비교적 괜찮았다. 2분기 들어 수정 전망치를 내놓은 대부분의 예측 기관은 올해 성장률을 4% 내외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소프트 패치’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소프트 패치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처음 사용해 유명해진 용어로, 경제가 잘나가다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에 빠지면 얼마나 신속하게 정책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경제 모습이 극명하게 달라진다. 정책 대응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경착륙’이나 ‘라지 패치(침체가 장기간 지속)’에 빠진다. 미국은 2011년 8월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된 이후 소프트 패치가 우려되자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대응으로 경기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갑작스러운 소프트 패치 우려의 단초는 원화 강세에서 비롯됐다. 지난 4월 이후 원화 강세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하나는 종전에는 달러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최대 수출국인 위안화가 절상돼 완충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안화마저 절하돼 시차를 갖고 한국 수출과 경기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최근 원화 강세는 미국, 일본, 중국의 평가절하책에 따른 정책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평가절하책은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시장 개입 명분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시장 개입 시 글로벌 이익과 국내 이익 간 충돌 가능성이 있으나 국내 이익을 우선할 수 있는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경제부총리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초 반짝했던 부동산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것도 한국 경제 앞날이 갑작스럽게 불투명하게 되는 원인이다. 특히 우리 국민의 재산을 70% 이상 투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침체는 지표보다 체감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 문제다. 가뜩이나 양극화와 실업 등이 풀리지 않아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안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시장이 어렵게 살려 놓은 부동산 경기를 부처 간 정책 부조화로 정책당국이 꺾고 있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관련 전·월세 과세 방침이다. 이 때문에 경제부총리는 그 역할과 의미대로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장악력과 조정력(카리스마까지 말하는 외신 기자도 있음)을 겸비한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권고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소프트 패치 우려를 낳게 한 가장 큰 요인인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 소비심리가 급격히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하게 빨리 반영하는 신용카드 승인액이 급감하는 현상이 뒷받침해 준다. 소비심리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까지 우리 국민의 경제하고자 하는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럴 때 경제부총리는 자신감 있게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정책당국자의 자신감은 전문성과 함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직관력,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정책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이 능력을 갖췄더라도 국민과의 첫 접촉점인 얼굴 표정에 자신감이 없다면 경제주체 심리를 끌어올리기는 불가능하다.
이 밖에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최고책임자(대통령)가 챙기지 못한 것을 경제부총리가 스스로 챙기는 부지런함과 창의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뉴 앱노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민간에서는 ‘마하(비행기가 음속으로 가는 속도) 경영’까지 추진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이 뒷북만 친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정책당국이 아무리 좋은 신호를 준다 해도 정책 수용층인 국민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좀비 국면’에 처하게 된다. 우리 정책현실에서도 이런 조짐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즘 어느 TV 드라마에서 ‘정몽주’와 ‘정도전’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화제다. 어떤 현안이 왕과 백성 간 이해가 대립될 때 정몽주는 왕의 입장에서, 정도전은 백성의 입장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왕권을 우선하는 고려와 민본을 중시하는 조선시대의 정권 특성을 잘 반영하는 말이다.
경제부총리와 같은 위정자는 군주(대통령)를 하나로 모시되 힘은 백성(국민)으로부터 얻어야 한다고 한다. 정몽주와 정도전의 절충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힘까지 군주에서 얻으려 한다면 백성과 동떨어지게 되고, 결국 그것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고 말한다. 한국에 정통한 외신 기자는 정책 결정과 집행, 의사소통 능력까지 겸비한 적임자가 있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말을 아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정책결정·집행·소통 겸비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요즘 해외에서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오히려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현안을 풀어가려면 최소한 이런 덕목을 갖춘 사람이 경제부총리가 돼야 한다고 권고하는 외국인까지 있다.
한국 경제는 올 1분기까지 비교적 괜찮았다. 2분기 들어 수정 전망치를 내놓은 대부분의 예측 기관은 올해 성장률을 4% 내외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소프트 패치’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소프트 패치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처음 사용해 유명해진 용어로, 경제가 잘나가다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에 빠지면 얼마나 신속하게 정책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경제 모습이 극명하게 달라진다. 정책 대응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경착륙’이나 ‘라지 패치(침체가 장기간 지속)’에 빠진다. 미국은 2011년 8월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된 이후 소프트 패치가 우려되자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대응으로 경기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갑작스러운 소프트 패치 우려의 단초는 원화 강세에서 비롯됐다. 지난 4월 이후 원화 강세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하나는 종전에는 달러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최대 수출국인 위안화가 절상돼 완충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안화마저 절하돼 시차를 갖고 한국 수출과 경기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최근 원화 강세는 미국, 일본, 중국의 평가절하책에 따른 정책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평가절하책은 ‘근린궁핍화 정책’이다. 시장 개입 명분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시장 개입 시 글로벌 이익과 국내 이익 간 충돌 가능성이 있으나 국내 이익을 우선할 수 있는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경제부총리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초 반짝했던 부동산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것도 한국 경제 앞날이 갑작스럽게 불투명하게 되는 원인이다. 특히 우리 국민의 재산을 70% 이상 투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침체는 지표보다 체감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 문제다. 가뜩이나 양극화와 실업 등이 풀리지 않아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안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시장이 어렵게 살려 놓은 부동산 경기를 부처 간 정책 부조화로 정책당국이 꺾고 있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관련 전·월세 과세 방침이다. 이 때문에 경제부총리는 그 역할과 의미대로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장악력과 조정력(카리스마까지 말하는 외신 기자도 있음)을 겸비한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권고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소프트 패치 우려를 낳게 한 가장 큰 요인인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 소비심리가 급격히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하게 빨리 반영하는 신용카드 승인액이 급감하는 현상이 뒷받침해 준다. 소비심리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까지 우리 국민의 경제하고자 하는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럴 때 경제부총리는 자신감 있게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정책당국자의 자신감은 전문성과 함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직관력,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정책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이 능력을 갖췄더라도 국민과의 첫 접촉점인 얼굴 표정에 자신감이 없다면 경제주체 심리를 끌어올리기는 불가능하다.
이 밖에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있어서는 최고책임자(대통령)가 챙기지 못한 것을 경제부총리가 스스로 챙기는 부지런함과 창의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뉴 앱노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민간에서는 ‘마하(비행기가 음속으로 가는 속도) 경영’까지 추진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이 뒷북만 친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정책당국이 아무리 좋은 신호를 준다 해도 정책 수용층인 국민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좀비 국면’에 처하게 된다. 우리 정책현실에서도 이런 조짐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즘 어느 TV 드라마에서 ‘정몽주’와 ‘정도전’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화제다. 어떤 현안이 왕과 백성 간 이해가 대립될 때 정몽주는 왕의 입장에서, 정도전은 백성의 입장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왕권을 우선하는 고려와 민본을 중시하는 조선시대의 정권 특성을 잘 반영하는 말이다.
경제부총리와 같은 위정자는 군주(대통령)를 하나로 모시되 힘은 백성(국민)으로부터 얻어야 한다고 한다. 정몽주와 정도전의 절충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힘까지 군주에서 얻으려 한다면 백성과 동떨어지게 되고, 결국 그것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고 말한다. 한국에 정통한 외신 기자는 정책 결정과 집행, 의사소통 능력까지 겸비한 적임자가 있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말을 아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