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연구실적은 감감무소식이다. 노벨상 수상은 먼 나라 얘기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기술 개발도 나오지 않는다. 실질적 사업화로 이어지는 연구개발은 10건 중 한 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구개발비의 급증이 오히려 과학기술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만 들린다.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에 꽉 막혀버린 과학기술계다.
무엇보다 국가 과학기술, 산업기술 정책의 실패다. 효율성에 걸맞은 시스템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하지 못한 채 30년 전에 도입한 프로젝트 기반의 연구과제중심(PBS) 시스템만 답습하고 있다. PBS는 양적 평가에 기반한 배분에 치중, 논문이나 특허만 양산하고 있다. 논문 건수는 세계 13위이지만 논문 인용지수는 30위에 머물고 있다. 특허 출원도 세계 4위이지만 기술 수출은 세계 20위다. 사업화 실적은 보나마나 뻔하다. 연구원들은 알맹이있는 연구보다 논문 쓰기나 특허 출원에만 급급해한다. 중복 연구 등 부패만 쌓고 있다.
연구 조직이나 체제 경직화도 경로의존성을 심화시킨다. 정권 때마다 정부 출연연구소 등을 개혁하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 출연연구소에 연간 4조원 이상 써대지만 투자 대비 기술료 수입은 3.5%다. 미국의 19%와 천양지차다. 잦은 인사 탓에 연구원들의 관심은 온통 연구소장 인사에 몰려 있다. 이미 세계 연구 생태계는 R&D 조직을 슬림화하고 일원화하는 기업들만 살아남는 시대로 변한 상황이다. 국가 연구개발도 마찬가지다. 조직과 체제, 예산 배분과 평가방식에서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한다. 지금 고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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