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말레이시아에도 밀린 규제개혁

입력 2014-05-26 20:31   수정 2014-05-28 17:07

말레이시아의 변신이 놀랍다. 2009년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1.5%)을 했던 말레이시아 경제가 2010년 이후 4년 만에 환골탈태했다는 어제 한경의 현지 기획보도다. 3%대에 그쳤던 민간투자 증가율이 최근 4년간 연평균 17.7%에 달한다고 한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GNI)은 42.5% 늘어 지난해 1만달러를 돌파했다. ‘규제 개혁→민간투자 활성화→국민소득 증가→지속 성장’이란 선순환 구조를 이뤄낸 것이다. 그 바탕엔 총리실 산하에 민간 주도의 문제해결 및 컨설팅 기구를 두고 경제개혁프로그램(ETP)을 과감하게 밀어붙인 실행력이 있다.

각론에 들어가면 더 인상적이다. ETP의 핵심 프로젝트로 선정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쿠알라룸푸르의 6성급 호텔은 관광산업 핵심 프로젝트에 선정되자 2년을 질질 끌던 인허가가 불과 2주 만에 나왔다. 중국·중동 부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328개 품목의 관세도 철폐했다. 민간 주도로 저성장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지난 3년간 196건의 투자 걸림돌을 제거했더니 경제가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마치 규제 개혁은 이렇게 하라는 듯하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한숨만 나온다. 정권마다 공장설립 절차 간소화를 약속했지만 20년이 넘도록 달라진 게 없다. 45일로 줄인다던 인허가 기간은 여전히 100일이 넘고, 절차는 되레 까다로워졌다는 게 기업인들의 이구동성이다. 대형 개발사업의 기부채납 비율은 최대 80%까지 공무원 맘대로다. 배출가스 검사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의 산하기관들이 다 따로따로 한다. 법령마다 ‘현저한’, ‘상당한’, ‘일정한’ 등 모호한 규정 투성이어서 공무원의 자의적 재량권만 창의적으로 발휘된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미래의 기대를 갖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겠는가. 모처럼 대통령은 규제 개혁을 외치는데 아래선 ‘좋은 규제’ 빼고, ‘불가피한 규제’ 빼자는 궁리들이다. 언제까지 말뿐이고 행동은 하지 않는 나토(NATO·no action talking only)족으로 남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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