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조금 더 시승해볼 수 없을까. 타면 탈수록 더 타고 싶은 차다."
2세대 미니 컨트리맨의 오너인 이민하 씨(33)는 3세대 미니 쿠퍼S를 시승해 본 후 아쉬움을 토로했다. 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기대 이상의 변신으로 돌아온 미니를 보내야하는 아쉬움이었다.
3세대 미니가 거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건 2세대 오너가 아닐까. 2세대 오너와 기자가 1박2일씩 번갈아가며 '뉴 미니 쿠퍼S'를 타봤다.
달라진 외모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3세대는 차의 덩치뿐 아니라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워 이목구비가 뚜렷해졌다. 커진 존재감을 두고 기자는 "특유의 아기자기한 맛이 흐려졌다"고 봤다. 반면 2세대 오너는 "힘이 느껴져 남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고 평했다.
남녀의 취향에 따라 시선이 엇갈리자 승차감에 대한 평가도 궁금해졌다. 3세대는 미니의 대명사이기도 한 '딱딱한 서스펜션'을 살짝 다듬었다. 운전하는 즐거움을 내세운 미니 입장에선 도박에 가까움 모험이었을 듯하다. 딱딱함을 선호하는 미니 마니아에게 감점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박에 대한 결과는 우려보다 괜찮았다. 승차감에 거부감을 가졌던 기자에게도, 이를 즐겼던 2세대 오너에게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집 근처에 과속 방지턱이 많아 평소 속도를 최대한 낮춰 갔다는 그는 "속도를 내서 방지턱을 넘어도 충격이 별로 없고 부드럽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승차감에서 누그러진 미니만의 역동성은 엔진의 힘이 채워줬다. 뉴 미니쿠퍼 S는 배기량을 키운 2.0ℓ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192마력, 최대 토크 28.6kg·m의 힘을 낸다.
강력한 힘은 스포츠 모드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건드려도 자석에 이끌리듯 몸을 강하게 당겼다. 2세대 오너는 "가솔린 차량임에도 디젤 엔진의 힘이 느껴졌다" 며 "여기에 다양해진 드라이빙 모드가 운전하는 재미를 살렸다"고 강조했다.
드라이빙 모드(스포츠/미드/그린)에 따라 변하는 엔진 소리와 실내 디자인도 역동성을 살리는 요소였다. 미드/그린 모드에서 정제된 진동과 엔진 소리는 스포츠 모드에선 경쾌하게 부활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 표시된 속도는 체감보다 빠르게 올라갔다. 중앙 디스플레이도 주행 상태에 따라 다른 빛깔을 냈다. 시각과 청각 모두 주행 본능을 자극하기 바빴다.
국내 가격은 △뉴 미니쿠퍼 2990만 원 △뉴 미니쿠퍼 하이트림 3720만 원 △뉴 미니쿠퍼 S 4240만 원. 전체적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기본 모델의 경우 500만 원 가량 진입 장벽을 낮췄다.
결과적으로 3세대는 미니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승차감과 외모에 대중적인 요소를 더했다. 미니만의 색깔을 잃을까 우려했던 2세대 오너도, 공간 실용성이나 지나친 개성 탓에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도 사로잡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개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실속을 챙긴 3세대 미니. 변신이 아닌 '진화'라는 평가가 어울린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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