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심기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위험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ECB가 다음달 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를 포함한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26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콘퍼런스에서 “초저물가 상황이 소비자와 기업 구매활동을 약화시키면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ECB의 대응이 늦어지는 데 따른 리스크에 유의하고 있다”며 “유로존 저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경기부양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드라기 총재가 “최근의 저물가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약화시키면서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미루고 있다”며 “특히 취약 국가가 이런 디플레이션 사이클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WSJ는 드라기 총재의 언급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달의 0.5%보다 소폭 반등했지만 15개월 연속 ECB가 목표한 2%를 한참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ECB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 마이너스 예치금리 도입과 시중은행에 대한 장기대출 확대, 자산매입 프로그램 실시를 통한 유동성 공급 등을 꼽았다.
현재 ECB의 기준금리는 연 0.25%로 7개월째 동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직후 “다음달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을 만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ECB가 기준금리를 연 0.15%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ECB가 중앙은행으로서는 처음 마이너스 예치금리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관련뉴스